대학수학능력시험을 2021학년도부터 절대평가로 전면 전환하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에 대해 문 정부 내에서도 우려와 신중론이 제기되고 있다. 이낙연 총리 주재로 3일 열린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교육부가 보고한 ‘2021학년도 수능 개편 시안’에 대해 각 부처 장·차관 중 다수가 속도 조절론을 폈다고 한다. 이 총리부터 “(절대평가는) 91점과 100점이 똑같이 1등급인데, 어쩌다 91점을 받은 나는 대학에 합격하고, 100점을 받은 친구는 떨어졌다면 그 친구가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 대입 정책은 학생·학부모·대학이 승복하고 수용할 수 있도록 매우 신중하게, 때로는 천천히 가야 한다”며 단계적 전환을 제안했다는 것이다.

수능은 본질적으로 대입(大入) 선발시험이다. 상대평가를 통해 우열을 가리는 것이 본연의 취지다. 변별력은 기본인 것이다. 절대평가로 변별력을 떨어뜨리겠다는 것은 발상부터 빗나간 교육 역주행이다. 문 대통령은 “상대평가가 지나친 경쟁을 유발하고 사교육을 부추긴다”고 주장하지만, 경쟁은 학업과 교육에서도 발전에 필수다. 개인도, 국가도 경쟁을 통해 경쟁력을 키운다는 것은 상식이다. 조정회의의 한 참석자가 “우리나라 경쟁력은 학생들의 경쟁을 통해 커지고, 우리는 인적 자본으로 세계를 누빈다. 상대평가가 더 나을 수도 있다”고 밝힌 배경도 다를 리 없다. 더욱이 절대평가로 사교육 과열을 막을 수 있다는 주장도 현실과 거리가 멀다는 것이 입시 전문가들의 거의 공통된 지적이다.

휴가 중이어서 이날 회의에 불참한 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궁극적으로 전 과목 절대평가 전환이 기본 방향”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대학별 본고사를 허용하면서 수능을 자격고사화하지 않는 한, 시대착오적 반(反)경쟁을 내세운 절대평가 확대는 단계적이든, 전면적이든 아예 단념하는 게 옳다. 각각 지난해와 올해부터 절대평가화한 한국사와 영어 영역 또한 상대평가로 되돌리는 것이 정도(正道)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