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은 지난 5월 9일 대통령 선거 이후 존재감을 잃어왔다. 1년여 전인 2016년 4·13 총선에서 호남 선거구 대부분을 석권하고, 비례대표 정당 투표에서는 더불어민주당을 누르고 2위에 올랐던 것이 가마득해 보인다. 이제 호남에서도 민주당에 밀려 비주류가 됐다. 원전·증세·부동산 등 주요 정책에 분명한 입장을 밝히지 못하고 사실상 여당의 우군 역할을 했다. 야당 역할이라고는 ‘문준용 씨 증거 조작 사건’으로 당 관계자들이 수사받을 때 반발했던 기억만 남아 있다. 양극화된 보수·진보 정당의 폭주를 견제하는 중도 정당이라는 창당 명분을 제대로 구현하지 못했다.

8·27 전당대회를 앞두고 안철수 전 대표가 3일 당권 도전을 선언했다. 안 전 대표의 출마는 정치적 적절성, 당선 여부와 관계없이 국민의당이 스스로의 정체성을 돌아보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안 전 대표는 ‘극중(極中)주의’를 내세우며 좌·우에 경도되지 않는 노선을 거듭 강조했다. 동교동계 원로와 주로 호남이 지역구인 의원들이 안 전 대표의 출마를 강력하게 반대하고 나섰는데, 이것이 오히려 당의 노선을 둘러싼 치열한 논쟁의 기회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국민의당의 선택은 당 차원을 뛰어넘는다. 여당인 민주당과 협력할 것인지, 중도보수 야당인 바른정당과 제3의 길을 고민할지 아직은 알 수 없다. 어느 쪽이든 향후 정치 지형에도 영향을 미친다. 안 전 대표는 출마 회견에서 “민주당과의 통합설을 막기 위해 출마를 결심했다”고 밝혔다. 그가 당선되면 바른정당과의 정책·선거 연대, 더 나아가 자유한국당과의 협력까지 예상해볼 수 있다. 그 반대의 경우엔 정부·여당 견제보다는 ‘호남성’이 강화될 것이다. 안 전 대표는 지난 대선에서 21.4%의 지지를 받았다. 이번 기회에 국민의당은 중도 세력에 대한 국민 지지 의미를 깊이 성찰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