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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교언 건국대 교수 부동산학

드디어 정부가 부동산에 대한 무시무시한 칼을 뽑아 들었다. 저금리로 형성된 막대한 부동자금을 바탕으로 강남 재건축 아파트에서 시작된 가격 상승이 부담스러워서 만든 대책이다. 강남의 재건축 아파트는 올해에만 수억 원씩 올랐고, 정부 대책 발표로 수천만 원이 며칠 만에 빠졌다가 다시 오르는 등 극도의 혼란상을 보였다. 이에 정부가 2일 선진국에선 볼 수 없는 특정 지역 집값 잡기 대책을 내놨다.

과연 지금이 폭등 상황인지, 이러한 대책이 나와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과 이번 대책의 효과를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먼저, 지금이 폭등 상황인가? 가장 오랫동안 자료를 축적한 KB국민은행에서 발표하는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를 살펴보면 역사적 흐름을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다. 올해 아파트 가격은 1∼7월중 전국이 0.59%, 서울과 강남이 각각 2.22%, 2.67% 올랐다. 최근 30년간 연간 상승률 평균치를 보면 전국과 서울, 강남이 5.72%, 6.15%, 6.70% 올랐으니, 올해 오른 것은 장기 평균에도 못 미친다.

오히려 지방은 산업 구조조정 등으로 인해 더욱 힘들어질 가능성이 커서 서울의 아파트 가격 하락이 지방의 가격 폭락으로 연결될 수도 있다. 게다가 연말까지의 입주물량 쏠림과 금리 인상,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로 인한 가격 하방 압력이 커지는 상황에서 지금 시장을 폭등으로 규정하고 대책을 내놓은 것은 시기적으로도 바람직하지 않아 보인다.

이번에 내놓은 대책들은 투기과열지구 지정과 양도소득세 중과 등 수요 억제책이 대부분이다. 지금까지 수십 년 간의 경험으로 알 수 있듯이, 이러한 수요 부문의 대책들은 기껏해야 몇 달 동안 거래 절벽으로 대변되는 거래량 감축과 눈치 보기 시장을 연출할 뿐이다. 부동산 광풍이 불었던 지난 2000년대 중반에 이보다 더 강한 대책들을 만들었으나, 노무현 정부 5년 동안 전국 아파트값은 평균 34% 올랐고 서울은 56%나 급등했다.

이번에도 분양권 전매제한을 강화하는 대책이 포함돼 있다. 2005년에는 수도권의 분양권 전매제한을 5년에서 10년으로까지 강화했다. 그러나 2005년과 2006년 주택 매매가격은 전국적으로 4.01%, 11.60% 각각 올랐다. 아파트 값은 이보다 훨씬 높게 올라서 2005년에는 전국과 서울, 강남이 각각 5.85%, 9.08%, 13.53% 올랐던 것이 2006년에는 13.75%, 24.11%, 27.65%나 오른 것으로 나왔다. 그래서 결국은 공급 확대책의 하나로 위례신도시 등을 부랴부랴 건설했다. 이 정도라도 하지 않았더라면 지금 강남 집값은 더 올랐을 가능성이 크다.

일반적으로 가격이 오른다는 것은 공급을 늘리라는 신호로 해석된다. 물론 투기꾼으로부터 실수요자를 보호하기 위한 대책도 필요하지만, 공급이 수반되지 않는다면 단발성 대책으로 그치고 만다. 지금 강남 등의 집값이 급등하는 것도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몇 년 전부터 신규 택지 공급 중단과 이번 정책의 재건축 규제 강화로 인해 이들 지역의 가격 상승 압력은 더 높아진 상태다.

가격지표를 개발한 이후 부동산 가격이 가장 안정적이었던 때는 1990년대 초반이 유일하다. 1980년대 말까지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폭등하는 시장을 안정시킨 것이, 노태우 정권의 명운을 걸고 시행한 200만호 건설이다. 토지공개념, 토지초과이득세 등과 같은 온갖 기발한 정책은 그 효과가 거의 없었음을 명심하고, 공급 대책을 추가로 보완해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시장을 형성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