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혁신?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자유한국당 당사에서 류석춘(오른쪽) 혁신위원장이 혁신선언문을 발표하고 있다. 김낙중 기자 sanjoong@

- 한국당 ‘혁신선언문’ 발표

“법치주의 기초 경제적 자유로
기득권 배제 ‘서민 중심 경제’
‘광장 민주주의’ 위험 막을 것”

‘서민경제’ 반발 유동열 사퇴
“알맹이가 없다” 당내 비판도

자유한국당의 쇄신 작업을 주도하는 혁신위원회가 2일 오전 당 혁신 방향의 로드맵이자 신보수주의 가치를 담은 ‘혁신선언문’을 발표했다. 혁신위원 간 갑론을박 소재가 됐던 ‘서민 중심 경제’라는 문구가 삽입됐고 ‘양극화와 불공정한 기득권 타파’를 내세웠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및 국정농단 사태에 대한 뼈저린 반성과 구체적인 혁신 방안이 빠지면서 한국당 내에서도 “알맹이가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혁신위는 혁신선언문에서 “지난 10년간 한나라당, 새누리당을 이은 한국당은 집권 여당으로서 추구해야 할 가치와 역할을 망각하고 권력 획득과 유지라는 눈앞의 이익에만 몰두, 자유민주 진영의 분열을 초래했다”며 “20대 총선 공천 실패와 대통령 탄핵, 대선 패배라는 참담한 결과를 맞았다”고 진단했다.

이어 한국당이 추구할 새로운 가치로 ‘신보수주의’를 내세우고 “신보수주의는 정의와 형평을 바탕으로 양극화와 불공정한 기득권을 타파하고, 활기차며 따뜻한 공동체의 지속적 발전을 추구한다”고 밝혔다. 이어 “한국당은 1948년 건국 이후 자유민주 진영이 일궈온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이어받아 철저한 혁신으로 보수우파 세력을 통합해 정권을 재창출해야 한다”고 밝혔다.

혁신위는 신보수주의가 추구하는 혁신 방향으로는 △긍정적 역사관 △대의제 민주주의 △서민 중심 경제 △글로벌 대한민국 등을 제시했다. 특히 혁신위는 긍정적인 역사관과 관련, “자유민주주의 이념에 기초한 1948년 대한민국의 건국이 옳고 정의로운 선택이었다”고 언급했다. 이는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법치주의 등 보수 우파 가치를 선명히 추구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혁신위가 이날 발표한 혁신선언문에 대해 한국당 내에서조차 “반성도 없고 구체적인 혁신 방안도 제시된 것이 없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한국당 한 의원은 이날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혁신위가 말하는 혁신이 도대체 무엇인지 모르겠다”며 “박 전 대통령 탄핵 원인 제공자인 친박(친박근혜)계에 대한 강도 높은 인적 쇄신과 청산 방침을 밝혀야 하는데 이념 지향적 주장만 되풀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준석 동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자정에서 가장 기본은 사람과 조직”이라며 “대선 패배에 대한 반성이 없고, 탄핵 이전과 이후 사람과 조직이 하나도 바뀐 게 없는데 혁신이 가능하겠느냐”고 꼬집었다.

이런 가운데 유동열 자유민주연구원장이 혁신선언문에 ‘서민 중심 경제’를 지향한다는 내용이 담긴 것에 반발, 혁신위원에서 사퇴하는 등 당내 갈등도 불거지고 있다.

한편 제3자 뇌물수수 혐의로 불구속 기소돼 당원권이 정지된 이현재 한국당 의원은 이날 정책위의장직에서 물러났다.

장병철·이은지 기자 jjangbe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