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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는 자기 관리다 2

골프에서 자기관리를 잘하면 ‘롱런’할 수 있다. 기량을 끌어올리고 유지하는 데 밑거름이 된다. 주말골퍼 중 나이가 60대 후반인데도 꾸준히 70대 스코어를 유지하는 경우를 종종 본다. “아니 어떻게 그렇게 잘할 수 있어요?”라고 물으니, “허허. 그냥, 저절로 잘되는 게 있나요. 꾸준히 연습하고 체력 단련도 잊지 않습니다. 적어도 1주일에 이틀은 연습하고 필드에도 한 번 이상은 나가죠”라는 답이 돌아온다. 부드럽고 겸손한 말이지만 눈빛은 골프에 대한 열기와 의지가 잔뜩 묻어 있다.

연습장에서 훈련하는 골퍼 중 1시간 동안 쉬지 않고 샷을 하는 이가 상당히 많다. 마치 헬스클럽에서 기구에 집중하는 것과 같다. 자기관리를 잘하는 골퍼는 연습을 절대 과하지 않게 한다. 대개 1시간 이상 연습하지 않는다. 공을 50∼70개 치는 것으로 끝내는 편이다. 물론 사람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을 수 있다. 이들은 샷을 할 때 마치 필드에서 하듯이 신중하게 집중한다. 샷의 목적은 감각을 유지하고 있는지를 체크하는 데 있다. 샷이 평소와 다른지, 같은지를 면밀하게 점검해 미세한 차이까지 알아낸다. 차이가 있을 때는 샷 감각을 되찾기 위해 연습한다. 샷 감각을 찾으면 더는 무리하지 않는다. 한마디로 치밀하기 이를 데 없다.

이런 태도는 필드에서의 실전 라운드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아무리 수준 높은 골퍼일지라도 샷 감각을 항상 유지하는 것은 힘들다. 라운드 직전 샷을 휘둘러 보면서 감각을 점검한다. 평소와 다르다면 라운드 전략을 다르게 구사한다. 그들은 같은 골프장의 같은 홀일지라도 자신의 샷 감각에 따라 전략을 달리 펼칠 줄 안다.

또한 자기관리가 뛰어난 골퍼는 골프장을 파악하는 것을 결코 소홀히 하지 않는다. 골프장에 대한 관찰은 예리하다. 모든 골프장은 저마다의 특징이 있다. 골프장은 지형, 기후 및 환경은 물론 설계자의 의도와 철학 등이 반영됐기 때문이다. 주말골퍼들이 골프를 잘하기 위해서는 기술 연마도 중요하지만 사전에 골프장, 홀, 그린의 특징을 파악하는 것도 필요하다. 그러나 대부분의 주말골퍼는 골프장에 대한 사전조사 없이 자신의 실력만 믿고 무작정 덤비는 경향이 있다.

물론 잘할 때도, 좋은 스코어가 나올 때도 있다. 대개 자신의 평소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경우가 더 많지만. 골프를 잘하기 위해서는 골프장은 물론 홀마다의 특징을 세밀하게 파악하고 설계자의 생각을 읽어야 한다. 또한 라운드 직전 가벼운 연습 샷을 통해 자신의 몸 상태를 점검한 뒤 그에 따라 플레이를 결정해야 한다. 자기관리를 잘하는 골퍼만이 이렇게 할 수 있다.

많은 전설적인 프로골퍼들이 있었다. 바이런 넬슨, 진 사라센, 샘 스니드, 벤 호건 등. 전설적인 프로골퍼 중 자기관리가 가장 뛰어난 선수를 꼽으라면 호건이다. 그는 비사교적이고 무뚝뚝했다. 골프에 대한 물음을 묵묵부답, 또는 단답형으로 받아넘겨 불쾌감을 안겨 줄 정도였다. 냉혈한으로 오해받기도 했다. 그러나 호건은 그 누구도 따라 할 수 없는 노력을 기울였고 철두철미하게 준비했다. 정통적인 멋진 스윙과는 거리가 멀었던 호건은 끊임없는 연습을 통해 남이 흉내 내지 못하는 스윙 자세를 개발해 나갔다. 호건만큼 승리를 위한 집념과 완벽주의를 추구한 골퍼는 없을 것이다. 메이저대회 9승을 비롯한 미국프로골프(PGA)투어 63승을 거둔 비결이다.

골프를 잘하기 위해 반드시, 철저하게 자기관리에 투자해야 하는 건 아니다. 82승을 거둬 지금까지 PGA투어 최다승 기록을 보유한 샘 스니드와 같은 천재적인 골퍼도 있다. 스니드는 자유분방했고 준비를 소홀히 할 때도 잦았다. 그래서 호건은 스니드의 태도를 인정하지 않았다. 골프 실력을 향상하고 이를 유지하려면 끊임없이 노력하고 준비하면서 자신의 장단점을 분석하고 이를 보완하는 철두철미한 자기관리가 필요하다. 자기관리는 치밀하고 예리해야 한다. 비단 골프에서만 그래야 하는 건 아니다. 일상생활에서도 이 같은 자세가 요구된다. 골프를 통해 자기관리에 집중하는 걸 배우면 인생이 달라질 수 있다.

심리학 박사·연우심리개발원장

이미지 크게보기 벤 호건이 1951년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내셔널 골프클럽에서 열린 마스터스 3라운드 7번 홀 그린 주변에서 어프로치 샷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