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김갑섭 전남지사 권한대행이 지난 26일 도청 집무실에서 전남 특성에 맞는 일자리 창출 방안을 소개하고 있다. 전남도 제공

- ⑬ 김갑섭 전남지사 권한대행

‘일자리 포괄예산制’ 확대하고
자율권줘야 지역특화사업 활기

고용혁신예산 52억,전국 최다
조선 등 종사자 轉職교육 투입

室·局 일자리 목표관리制 시행
올 도민 9만5000명 취업 도와

지역중소기업 취직한 청년에
3년간 1200만원 근속장려금

“대도시에 걸맞은 일자리가 있듯 ‘농수산이 주력인 도(道)’에 걸맞은 일자리가 있습니다. 농어민과 노인, 서민이 많은 전남의 특성에 맞는 일자리가 ‘전남형 일자리’입니다.” 김갑섭 전남지사 권한대행은 지난 26일 무안군 삼향읍 전남도청 행정부지사 집무실에서 가진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새 정부 국정과제 1호인 ‘일자리 창출’과 전남도의 과제를 어떻게 연결시킬 것인가를 늘 고민하고 있다”며 “농수산도인 전남의 특성에 맞는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선 농지 규제 완화, 귀어민 진입장벽 해소를 위한 지원, 서민 시책과 연계한 일자리 창출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 권한대행은 특히 “정부가 ‘일자리 포괄예산제’를 확대해 광역자치단체에 예산 사용의 자율권을 부여해 주면 각 지역의 일자리 창출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5월 12일 당시 이낙연 지사가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됨에 따라 사임한 뒤 행정부지사로서 도지사 권한대행을 맡아 도정을 이끌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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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낙연 전 지사의 빈자리가 크게 느껴질 것 같다. 어떤 분야의 도정현안을 중점적으로 챙기고 있나.

“새 정부의 국정운영 방향과 도의 과제를 어떻게 연결시킬 것인가를 늘 생각하고 있다. 새 정부가 가장 중요시하는 것이 일자리이기 때문에 일자리와 관련해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 일자리만 가지고 3주 연속 실·국장 토론회를 갖기도 했다. 일자리 창출이 쉬우면 국정과제 1호로 했겠나. 어려운 부분을 어떻게 달성하느냐가 관건이다.”

―전남의 특성에 맞는 일자리는 어떤 것인가.

“어느 지역에서든 기업 유치를 통한 일자리 창출이 필요하고 관광객 증가에 따른 일자리 창출도 소홀히할 수 없다. 그러나 전남 입장에서는 보다 근본적이고 중요한 것들이 있다. 우선, 전남은 농수산도이기 때문에 농수산에 맞는 일자리가 창출돼야 한다. 또 노인들이 많기 때문에 노인들과 관련한 일자리도 많이 필요하다. 이 전 지사께서 서민시책을 많이 만드셨는데, 이와 연계한 일자리를 많이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농수산 분야의 일자리 창출 방법이 궁금하다. 걸림돌은 없는지.

“농수산에 무슨 규제가 있겠느냐는 얘기가 나올 수 있으나, 실제로 그런 규제가 존재한다. 예컨대, ‘농업진흥지역’의 80%가량이 논인데, 쌀이 과잉생산돼도 그 땅에서는 쌀농사만 지어야 하는 게 현실이다. 농업진흥지역도 상황에 따라 쌀 농사가 아닌 다른 용도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면 농업에 대한 매력이 높아져 농촌에서의 일자리가 늘어날 것이다. 어촌에서는 양식어업 등 뭔가를 새로 해보려는 사람들이 느끼는 진입장벽을 해소해 줄 필요가 있다. 기존 어촌계가 손해를 보는 부분에 대해 보조금 등을 지원해 주면 새로 진입하는 사람들의 연착륙이 가능해질 것이다. 기업의 신규 고용 때 정부가 지원금을 주는 방식을 어촌에 적용하는 것이다.”

―서민시책과 연계한 일자리는 어떤 형태인가.

“정부 시책이 효율성과 생산성 위주로 가다보니까 그 정책에서 소외되는 계층이 많다. 소외계층을 지원해 주면서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올들어 전남도가 처음 시작한 ‘개천에서 용나게 하는’ 시책 가운데 학습성과가 부진한 아이들을 방과후에 가르치는 사업이 있다. 대도시에는 학원이 있지만, 농촌에는 그런 제도적 장치가 없는 현실을 보완한 것이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자리가 새로 생겨나고 있는 것이다. 국비 지원 없이 지방비만으로 이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일자리 포괄예산제’의 중요성을 강조하셨는데, 왜 확대 시행이 중요한지.

“현재 우리 정부의 예산은 용도 등 틀이 구체적으로 정해져 있다. 그런데 그 틀에 적합한 시·군이 있는가 하면 적합하지 않은 시·군도 있다. 도시지역인 목포시와 농어촌지역인 장흥군이 각각 만들어낼 수 있는 일자리가 다를 수밖에 없다. 광주와 전남을 비교하더라도 광주에 ‘광주형 일자리’가 있다면 전남에는 ‘전남형 일자리’가 있다. 그런데 정부가 하나의 틀로 일자리 예산을 지원해 주면 지역 특성을 살리기가 어렵다. ‘일자리 포괄예산제’는 시·도에 예산 사용의 자율권을 부여하는 제도다. 대표적인 예가 고용노동부가 시행 중인 ‘고용혁신프로젝트’다. 일자리 예산을 각 시·도에 덩어리(블록)로 주는데, 지역 특성에 맞는 사업들을 추진하는 데 도움이 된다.”

―고용혁신프로젝트 예산은 어떻게 운용하나.

“고용부가 작년에 처음으로 각 시·도에 일자리 안을 내보라고 했다. 평가를 거쳐 예산을 배정했는데, 17개 시·도 중 전남(42억 원)이 가장 많이 확보했다. 올해도 전남이 52억 원으로 가장 많이 지원받았다. 조선·철강 등 이른바 ‘위기 산업’ 종사자들의 전직 교육, 6차산업 인력 양성, 취약계층인 청년·노인 등에 대한 지원 필요성을 짜서 올렸는데 좋은 평가를 받았다. 청년들을 위한 어떤 사업에 얼마, 노인들을 위한 어떤 사업에 얼마 쓰라고 못박지 않아 자율성이 보장된다. 물론 사용내역에 대한 보고는 꼼꼼하게 해야 한다.”

집무실 한편에 있는 ‘전라남도 일자리 상황판’을 보며 전남의 현 고용상황을 물었다.

“지난 6월 말 기준 전남의 고용률은 62.1%로 전국평균(61.4%)보다는 0.7%포인트 높다. 실업률은 2.9%로 전국평균(3.8%)보다 0.9%포인트 낮다. 2015년부터 실·국 일자리 목표관리제를 추진 중이며, 올해는 9만5000개의 일자리를 도민들에게 제공했다. 다만, 작년부터 불어닥친 조선업 불황 여파로 인해 조선 관련 업종이 몰려 있는 대불산업단지 종사자 수가 (2015년 12월 2만6741명에서 지난 3월 1만9367명으로) 크게 줄었다. 작년 8월 문을 연 ‘조선업 희망센터’를 계속 가동하면서 실직자들을 지원하고 있다.”

―새 정부의 ‘일자리 100일 플랜’에는 어떻게 대응하고 있나.

“6월 7일 ‘전라남도 일자리대응 태스크포스(TF)팀’을 가동한 이후 매주 실·국별 일자리 대응상황 토론회를 개최하고 있다. 특히 이번 ‘전남도 1회 추가경정예산’에 19개 신규 일자리사업을 최우선적으로 반영하는 등 일자리와 지역경제 활성화에 461억 원을 증액했다. 전남의 특성에 맞는 일자리사업을 발굴하기 위해 전국민을 대상으로 일자리 아이디어를 공모 중이며, 전국의 우수한 일자리 사업을 조사·분석 중이다.”

―민선6기 도정 목표 중 하나가 ‘청년이 돌아오는 전남’인데, 청년 일자리와 관련해 목표한 만큼 성과를 거뒀는지.

“여전히 전남을 떠나는 청년이 많긴 하지만, 유출 속도는 둔화됐고 청년이 돌아오기 좋은 여건이 형성되고 있다고 본다. 지역 중소기업에 취업한 청년에게 근속장려금(3년간 1200만 원)을 지원하고 재학생과 기업을 매칭한 산학협력취업패키지(10곳), 특성화고 졸업생 대상으로 선취업 후진학 과정(2곳) 등을 운영하고 있다. 기업현장을 찾아가 견학·면접 후 채용으로 연결해 주는 ‘청년 희망버스’ 운영, 점포당 최대 3000만 원의 창업자금을 지원하는 ‘푸른돌 청년상인’ 등 지원시책도 시행 중이다. 청년 취업자는 2014년 8만9000명에서 지난해 9만4000명으로 늘었고, 같은 기간 청년 고용률도 33.6%에서 34.7%로 올랐다.”

―최근 실·국장 회의에서 ‘투자유치도 중요하지만, 전남지역 기업들의 제품을 구입해 주는 소비시장의 역할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는데.

“우리 지역에는 수도권과 같은 대규모 소비시장이 없다 보니 도내 기업들이 판로 개척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도와 시·군 등 45개 공공기관이 지역 제품을 매년 일정비율 이상 구매하는 ‘도내 중소기업제품 우선구매 공시제’를 도입해 시행하고 있다. 시행 초기인 2014년 구매비율이 71.2%였으나 지난해에는 83.6%였다. 내년까지 85%로 끌어올리겠다.”

무안 = 정우천 기자 sunshin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