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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여편 제작발표회 소개로
“전 그냥 ‘영화애(愛)인’이죠”

충무로에는 배우 송강호, 오달수 외에 또 한 명의 ‘1억 영화인’이 있다. 의외겠지만, 방송인 박경림(사진)이다. 송강호, 오달수가 주·조연으로 참여한 작품으로 1억 명이 넘는 관객을 모았다면, 박경림의 경우 그가 소개한 영화를 본 누적 관객 수가 1억 명을 훌쩍 넘겼다.

박경림은 요즘 ‘영화를 읽어주는 여자’로 통한다. 완성된 작품이 처음 공개되는 제작발표회의 진행은 어김없이 그의 몫이다. 2009년 ‘아빠가 여자를 좋아해’ 이후 그가 제작발표회의 진행을 맡은 작품만 200여 편. 역대 흥행 순위 1~3위인 ‘명량’, ‘국제시장’, ‘베테랑’ 역시 그의 ‘입’을 거쳤다.

“전 영화인이 아니에요. 그보다는 영화를 정말 사랑하는 ‘영화애(愛)인’이죠. 2시간 안에 이토록 사람을 웃고 울리고 행복하게 만드는 게 영화 말고 또 있을까요? 저는 좋은 영화를 더 많은 사람이 보도록 주선자 역할을 하는 사람 정도예요.”

박경림은 ‘부산행’ ‘7번 방의 선물’ 등 ‘1000만 영화’ 10여 편의 제작발표회 진행도 맡았다. 올해는 여름 시장에 격돌하는 투자배급사 빅4의 대표작인 ‘군함도’ ‘택시운전사’ ‘청년경찰’ ‘장산범’의 제작발표회도 그의 몫이었다. 왜 경쟁사들이 약속이나 한 듯 그를 찾을까?

“공식 행사 전 공부를 많이 하는 편이에요. 짧게는 3~4년, 길게는 10년을 준비한 영화를 소개하는 중요한 자리잖아요. 홍보사가 만든 보도자료를 꼼꼼히 읽고, 출연진과 감독들의 전작도 챙겨보죠. 네티즌 댓글도 꼭 봐요. 그게 가장 정확한 평가일 수 있으니까요.”

배우들의 만족도도 높다. 그가 진행하는 제작발표회에 참여했던 배우들이 차기작 때 박경림을 먼저 추천한다. ‘변호인’ 제작발표회 후 송강호는 “어찌 그리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게 진행하냐”고 칭찬했고, 하정우는 “경림 씨, 나랑 계약하자”고 너스레를 떨었다. 김혜수가 “자기 너무 멋있는 것 같다”고 말해줬을 때를 잊을 수 없다고 박경림은 말한다.

많은 영화를 섭렵할수록 그는 언행을 더욱 반듯이 한다. 자신의 말 한마디가 특정 영화의 흥행에 영향을 끼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주변에서 “뭘 볼까?” 혹은 “뭐가 잘 될까?”라고 물을 때 가장 난감하다. 굵직한 영화가 맞붙는 요즘, 이런 질문은 더욱 빗발친다. 그럴 때마다 박경림은 우문현답을 건넨다.

“저는 흥행을 점치기보다는, 감독이나 배우가 보여주고자 하는 지점을 명확히 전달하는 데 집중해요. 이번에 개봉되는 영화들은 완성도가 높고 장르도 차별화돼서 일단 손익분기점은 모두 넘길 것 같아요. 그리고 1~2주의 간격을 두고 순차적으로 개봉하니 매주 한 편 챙겨보면 이보다 더 좋은 여름 나기가 없을 겁니다.(웃음)”

안진용 기자 realy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