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9월 국내 골프대회 사상 최고액인 총상금 15억 원이 걸린 한국프로골프협회(KPGA) 코리안투어 제네시스 오픈이 열립니다. 상금이 많으니 당연히 우승 상금도 최고여야 하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최고 우승 상금은 8월 31일부터 열리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한화 클래식(총상금 14억 원) 우승자가 될 것 같습니다. 제네시스 오픈은 우승자에게 3억 원, 한화 클래식은 우승자에게 전체 상금의 25%인 3억5000만 원을 주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총상금 12억 원으로 치를 때에도 3억 원이 우승 상금이었고, 늘어난 상금의 50%는 우승자 몫으로 돌린 것이죠.

KLPGA투어 규정상 총상금의 20%가 우승자 몫입니다. 코리안투어도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국내 여자대회는 총상금 10억 원이 넘으면 20%보다 더 많이 책정하도록 예외 규정을 두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스폰서에겐 입맛대로 우승 상금만 높이는 편법으로, 협회는 마치 물건값 흥정하듯 상금 증액을 유도해 왔습니다. 그동안 우승 상금만 부풀려진 이유였죠. 우승 상금이라도 많아야 더 큰 대회라는 인식이 높다 보니 하위권 선수들이 좀 더 손해를 보는 것은 안중에도 없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미국이나 외국에서는 우리와 같은 고무줄 상금 배분은 어림없는 얘기입니다. PGA투어와 미국골프협회(USGA)가 주관하는 US오픈 시리즈 대회는 18%, LPGA투어는 15%로 못 박습니다. 아시안투어나 유럽, 일본 역시 15∼18%입니다. 20% 우승 상금을 주는 곳은 한국이 유일합니다. LPGA투어 KEB하나은행챔피언십 역시, 국내에서 열리지만 우승 상금은 15%입니다. 유럽여자골프투어(LET)와 KLPGA투어가 공동 주관해 지난 3월 중국에서 열린 월드레이디스챔피언십은 총상금 7억 원이지만 우승자 김해림은 1억4000만 원 대신 15%인 1억500만 원의 상금을 받았습니다. LET 상금 규정을 따른 것이죠. 반면 준우승자 배선우는 KLPGA투어라면 10%(7000만 원)를 받았어야 했지만 11.5%인 8050만 원을 받았습니다. 7000만 원이 돼야 할 챔피언과 2위 상금 차가 2450만 원으로 줄었습니다. 총상금의 6.5%인 4550만 원이 1, 2위 외의 다른 선수 몫으로 더 돌아간 것이죠.

유독 한국에서만 우승 상금 비율이 높은 이유는 30년 전, 대회라야 연간 10개도 안 되던 시절 ‘총상금은 적지만 우승 상금이라도 늘려보자’는 관행이 그대로 이어져 온 탓입니다. 당시 총상금 3000만 원에 우승 상금 1000만 원, 5000만 원 대회에 우승 상금 2000만 원까지 내걸었던 것도 부지기수였습니다. 혼자서 4분의 1을 독식하는 여자골프대회의 고무줄 상금 배분은 이젠 합리적으로 바뀌어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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