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개최 앞두고 ‘물밑작업’
양국, 참가국 상대 설득 나서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회원국뿐만 아니라 한국·미국·일본·중국 등 북한 문제 관련 주요국이 모두 참가하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 북한 핵·미사일을 둘러싼 미국과 북한의 물밑 외교전이 치열하다. 미국은 북한의 회의 참가 저지를 위해 물밑작업을 벌이고 있는 반면 북한은 회의 석상에서 핵·미사일 문제가 집중 거론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사전작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아사히(朝日)신문은 27일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이 다음 달 7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리는 올해 ARF에 북한이 참가하지 못하도록 몇몇 ARF 참가국을 상대로 설득작업을 벌여 왔다고 보도했다. 미국은 북한의 참가를 저지하기 위해 수개월 전부터 ARF 참가국들에 비공식적 요구를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측은 북한이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발사 도발을 계속하고 있는 것에 대해 “그런 행위를 계속하면 지금까지와는 다른 대응이 필요하다”며 북한의 ARF 참가를 중지시켜야 한다는 입장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북한은 리용호 외무상이 ARF에 참석하겠다는 뜻을 올해 의장국인 필리핀에 통보하고 등록 절차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산케이(産經)신문에 따르면 필리핀 외교부는 26일 북한 외무성 대표단이 당일 일정으로 마닐라를 방문했다고 밝혔다. 특히 대표단은 필리핀 외교부 인사들과 회담을 했으며 이번 ARF에서 핵·미사일 개발 문제를 이유로 북한에 비난이 집중되지 않도록 의장국인 필리핀에 협조를 요청한 것으로 보인다고 산케이신문은 전했다. 또 북한은 올해 ARF에서 미국의 ‘대북 적대시정책’을 주장하며 자신들의 핵무기 및 탄도미사일 개발의 정당성을 강변하는 외교전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ARF는 아세안 10개국과 한·중·일 등 아시아 국가들뿐만 아니라 미국, 러시아 등 북핵 6자회담 참가국 외교장관이 모두 초청되는 다자안보협의체다. 이번 회의에 앞서 지난 5월 마닐라에서 실시된 ARF 고위관리회의(SOM)에서는 북핵 문제를 비롯해 남중국해 문제, 테러·극단주의 대응, 사이버 안보 등 주요 지역·국제 안보 이슈에 대해 의견 교환이 이뤄진 바 있다. 특히 지난 4일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으로 평가되는 ‘화성-14형’ 미사일을 시험 발사한 데 이번 ARF 개최에 앞서 조만간 추가 미사일 시험 발사를 실시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어 북한과 한·미·일이 ARF에서 마주하게 될 경우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을 두고 강경 대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박준희 기자 vinke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