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갑내기’ 삼성전자 - 오뚜기 비교… 모범기업 착시 우려

고용규모 9만여명 對 3099명
작년 매출액도 200조 對 2조
법인세규모 삼성전자 2조넘고
오뚜기는 329억원 납부 그쳐

“각 기업 업종특성 맞게 운영
‘갓뚜기’ 일률적 강요는 곤란”

오뚜기는 1969년 5월, 삼성전자는 같은 해 1월 각각 창립한 동갑내기 회사다. 이후 48년이 지난 현재 재무제표에 나타난 국가 경제 공헌도는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최근 오뚜기가 여러 미담으로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는 가운데, 한 가지 기준으로만 모범기업을 인식하는 ‘갓뚜기(영어 ‘god’와 오뚜기 합성어) 착시’가 기업에 대한 편향된 인식을 낳을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오뚜기의 매출액, 법인세 납부액 등 지표는 여러 측면에서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우선 눈에 띄는 부분은 고용 규모다. 삼성전자는 최신 공시에 따르면 9만4283명을 고용 중이지만, 오뚜기의 고용 인원은 3099명에 그쳐 약 30.4배가량 차이가 난다.

특히 오뚜기는 3099명 중 36명이 기간제로 표시돼 기간제 비율이 1.2%이고, 삼성전자는 685명이 기간제로 0.7%로 나타난다. 적은 비정규직 비율로 칭찬을 받는 오뚜기보다 오히려 삼성전자의 비정규직 숫자가 더 적은 것이다. 본사 기준인 데다 생산현장의 상황 등을 고려하지 않은 재무제표상의 수치이지만 ,오뚜기의 고용 구조가 세간에 알려진 만큼 ‘독보적’이지는 않은 것이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연간 매출액은 201조8667억 원이었고, 오뚜기는 2조107억 원이었다. 한 해 매출액이 크게 차이 나면서 납부 법인세 규모 역시 삼성은 2조2345억 원, 오뚜기는 329억 원이었다. 삼성전자는 올해 반도체 실적의 깜짝 반등 효과 등으로 지난해 부진을 털어낼 것으로 예측되는 만큼, 삼성전자의 법인세 납부액은 크게 증가할 전망이다.

재정지출을 늘려 경제 부양을 추진하려는 문재인 정부에서 삼성전자의 경제 기여도는 더 커지는 것이다. 실질적인 국가 경제 공헌도를 타 기업들과 비교해보면 각종 미담과 고용 환경만으로 모범기업을 이야기할 수는 없다는 지적이다.

재계 관계자는 “기업은 각자의 업종 특성에 맞게 운영을 하면서 국가 경제에 각자의 방식대로 공헌하고 있다”며 “고용 방식과 미담만으로는 따질 수 없는 여러 차원의 모범이 존재하는 만큼 ‘갓뚜기 환상’을 일률적으로 강요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정부나 정치인들이 기업들이 어떤 방식으로, 어떤 경로로 국가 경제에 기여하는지를 살피고 평가해줘야 기업에 대한 인식이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최재규 기자 jqnote9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