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초대기업·초고소득자 한정
與, 소득세 3억~5억 구간 신설

한국당은 유류세 등 감세 추진

문재인 대통령이 초고소득자와 초대기업에 한정한 증세 방침을 밝혔음에도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 증세 범위 확대를 시사하는 발언이 잇달아 나오고 있다. 야당들도 조세 개편과 관련해 내부 의견 통일조차 못하고 있다. 당·정·청이 임기 5년을 책임질 구체적 로드맵도 없이 속도전을 펴며 엇박자를 내는 데다 야당들도 원칙 없이 우왕좌왕하면서 경제계와 일반 국민의 혼란과 불안을 증폭시키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전병헌 청와대 정무수석은 26일 오전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증세는 초대기업, 초고소득자에 한해 조세 정상화와 소득 재분배 차원에서 추진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지난 21일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밝힌 ‘중산층 및 서민들로 증세 확대 불가’ 기조를 재확인한 것이다.

그러나 조세개편 관련 당정회의(27일)를 하루 앞둔 이날도 민주당에서는 증세 확대 가능성을 시사하는 발언이 이어지는 등 내부 조율이 안 된 모습이다. 민주당 정책위 관계자는 이날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자본소득세 인상 여부, 소득세 3억∼5억 원 구간 신설 여부 등 모든 방안을 내일 당정회의에서 논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태년 정책위의장이 앞서 자본소득세 인상 여부에 대해 “확정되지 않았지만 모든 것을 다 논의할 것”이라고 여지를 뒀던 것의 연장이다. 법인세 인상 대상을 추미애 대표가 제안한 ‘과표 2000억 원 이상 대기업’이 아닌 ‘500억 원 이상 기업’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박영선 의원)도 나왔다.

야 3당도 혼선을 빚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이날 담뱃세·유류세 인하 등 ‘서민 감세’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여권발 증세론에 감세론으로 맞대응하겠다는 취지이지만, 정우택 원내대표는 초고소득자 소득세 인상에 대해 “논의해 볼 수 있다”며 협상 여지를 두는 등 내부에서조차 엇박자가 나오고 있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은 증세의 불가피성을 인정하면서도 ‘국민적 동의’(국민의당), ‘문재인 정부 5년 소요 예산 추계 및 전반적인 세제개편안 제시’(바른정당) 등의 조건을 달았다.

김동하·이은지 기자 kdhah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