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 거대자본, 한국 방송시장서 각축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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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버설·워너브러더스 이어
소니, MBC드라마 첫 투자
전세계 160개국 유통 계획
亞진출 전초기지 확보 다툼

미국 엔터테인먼트 회사인 유니버설, 워너브러더스에 이어 소니픽처스까지 한국 드라마에 투자하며 서양 거대 자본이 한국으로 모이고 있다. 이미 한국 시장에 직배 시스템을 갖춘 영화계에 이어 방송시장까지 진출하며 한국을 아시아 공략의 전초기지로 삼겠다는 모양새다.

MBC가 하반기 편성을 검토하고 있는 드라마 ‘법정의 여신’은 소니픽처스가 투자 및 제작에 참여하는 첫 한국 드라마다. 소니픽처스가 제작해 미국에서 방송된 ‘드랍 데이 디바’가 원작이다. 소니픽처스와 국내 제작사는 지난 4월 이미 강원도 측과 도내 제작 지원과 강원도 홍보를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제작사 측은 배우 김윤진에게 주인공 역할을 제안했다. 소니픽처스는 이 드라마를 자체 배급망을 통해 세계 160여 개국에 유통시킬 계획이라 미국 드라마 ‘로스트’와 ‘미스트리스’ 시리즈에 출연해 인지도가 높은 김윤진을 적임자로 판단했다는 후문이다. 그가 출연을 결정하던 1999년작인 ‘유정’ 이후 18년 만에 한국 드라마에 복귀하게 된다. 하지만 김윤진은 오는 9월 미국에서 연극 무대에 오를 예정이라 확답을 주지 않은 상태다.

이에 앞서 유니버설은 지난해 방송된 SBS ‘달의 연인-보보경심 려’(사진)를 통해 한국 드라마 시장에 입성했다. 워너브러더스 역시 지난 4월 방송된 OCN 드라마 ‘애타는 로맨스’에 투자했다.

세계적 동영상 서비스 업체인 넷플릭스와 전자 상거래 기업인 아마존은 유통을 중심으로 한 회사인 만큼 소니, 유니버설 등과는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넷플릭스는 한국 방송사나 극장 같은 기존 플랫폼을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의 유명 크리에이터가 참여한 콘텐츠를 자사 플랫폼을 통해 유통하며 회원수를 늘리는 것이 목적이다. 현재 방송 중인 케이블채널 SBSfunE ‘아이돌마스터.KR-꿈을 드림’에 참여한 아마존은 역시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라는 자체 유통망을 통해 전 세계 200여 개국에 이 드라마를 송출하고 있다.

서양 자본의 잇단 한국 진출은 단순히 한국 시장 공략하는 수준을 넘어 아시아 전역에 큰 영향을 미치는 한국 콘텐츠에 투자 및 제작사로 참여하며 향후 아시아 시장으로 진출하기 위한 교두보로 삼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김영섭 SBS드라마본부장은 “서양 자본이 대표적 한류 콘텐츠로서 드라마가 가진 가치를 깨달은 것”이라며 “국내에서는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중국이나 일본으로 치우친 유통망을 다변화하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충고했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

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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