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법적 근거… 헌법적 기구 아냐… 권한 논란
② 대표성… 무작위 추출이 民意 대표할까
③ 전문성… 原電전문지식 없이 결정 의문
④ 90일… 시한스위스선 국민투표 5회 33년

시민배심원단이 신고리 원전 5·6호기의 운명을 손에 쥐게 되면서 이 조직의 자격과 운영 환경 등에 대한 문제가 부각되고 있다. 에너지 정책은 국가의 백년대계라는 점에서 충분한 공론화 과정을 거치며 적법 절차를 지키는 것이 중요한데 법적 근거도, 대표성과 전문성도 갖추지 못한 시민배심원단이 원전 존폐를 결정하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이다.

이들은 앞으로 90일 내 신고리 5·6호기의 존폐를 결정하게 된다. 짧은 시간 내 절차적 정당성 등을 충족시키지 못한 채 결론에 이르면서 추가로 논란이 불거질 가능성에 대해서도 우려가 나오고 있다.

25일 정부 등에 따르면 신고리 원전 5·6호기 공론화위원회나 원전 중단 여부를 결정할 시민배심원단 모두 헌법적 기구가 아니란 점에서 법적 근거가 없다. 이는 추후 배심원단이 내린 결정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빌미가 될 수 있다. 국민 전체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에너지 정책을 무작위 추출로 선발한 시민배심원단에 맡길 경우, 이들이 과연 민의를 대표하느냐를 놓고도 논란이 생길 수 있다.

시민배심원이 전문성을 갖추지 못한 채 배심원단에 합류하게 되는 점도 간과하기 어렵다. 과학과 경제, 사회, 법 등의 분야를 고루 다루는 전문 지식을 가지고 원전 중단 여부를 판단할 인물이 과연 배심원단에 적절히 배치될지 미지수다. 이 때문에 의견 수렴 과정에서 여론의 동향을 살필 수는 있어도 전문가를 아예 배제하면 정책의 타당성을 판단하기 어려워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론화위의 활동이 90일로 한정됐다는 점도 큰 우려를 낳는 부분이다. 수십 년을 기다리고도 여전히 원전 중단 여부를 논의하고 있는 국가가 많은데 이를 3개월 만에 결론짓겠다는 정부 계획이 너무 성급하다는 것이다.

스위스는 지난 1984년부터 33년에 걸쳐 국민투표를 5회나 치른 뒤에야 지난 5월 58% 찬성으로 원전 퇴출을 결정했다. 독일은 1986년 체르노빌 원전 사고 이후 논의를 시작해 공론화 방식으로 탈원전 정책을 다루면서 2011년 동일본 지진을 지켜보기도 하는 등 20년이 넘게 걸렸다.

김유진 기자 klu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