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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력사건 소재 장르물 봇물
로코 → 의사 이어 새 트렌드로
시청자 식상… 시청률도 하락

“또 검사랑 형사야?”

요즘 TV 드라마를 보며 시청자들이 심심치 않게 던지는 불만이다. 검사와 변호사, 형사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드라마들이 연이어 제작되며 시청자들의 피로도가 쌓이고 있는 모양새다.

최근 종방됐거나 방송을 앞둔 드라마에서 가장 선호하는 직업군은 검사와 형사 등이었다. 올해 초 SBS ‘피고인’, ‘귓속말’를 시작으로 MBC ‘파수꾼’, KBS 2TV ‘추리의 여왕’, SBS ‘수상한 파트너’(오른쪽 사진) 등의 주인공 직업이 이 테두리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현재 방송되고 있는 tvN 주말극 ‘비밀의 숲’(왼쪽)의 남녀 주인공의 직업은 각각 검사와 형사고, MBC 주말극 ‘도둑놈, 도둑님’과 JTBC 주말극 ‘품위 있는 그녀’ 속 남자 주인공 직업도 각각 검사와 변호사다. 하반기 방송되는 배우 이종석 주연 SBS 드라마 ‘당신이 잠든 사이에’ 역시 검사 캐릭터를 전면에 내세우고, 배우 조정석이 출연하는 드라마 ‘투깝스’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 형사의 이야기다.

이는 강력 사건을 다룬 장르물이 드라마 시장의 주류로 자리잡으며 벌어진 현상이다. ‘시크릿 가든’, ‘별에서 온 그대’가 큰 성공을 거둔 후에는 판타지를 버무린 로맨틱 코미디가 활개를 쳤고, 몇몇 의학 드라마가 성공하자 의사를 전면에 내세운 드라마로 급격하게 쏠렸다. 지난해 tvN 드라마 ‘시그널’이 화제를 모은 후에는 장르물로 물꼬가 바뀌었다.

이는 사회적 분위기와도 관계가 있다. 각종 강력사건과 권력자들의 비리와 관련된 뉴스가 쏟아지자, 대중은 드라마를 통한 사회적 정의 실현에 환호를 보내기 시작했다. 한 드라마 외주 제작사 대표는 “도무지 풀리지 않을 것 같은 사건이 정의롭고, 능력있는 검사나 형사 등을 통해 해결되는 모습을 보며 대중은 대리만족을 느낀다”고 말했다.

하지만 비슷한 직업군을 다룬 드라마가 경쟁적으로 제작되며 시청자들은 이미 식상함을 느끼고 있다. 지난 5월 배우 최진혁 주연 ‘터널’이 6%대 시청률로 역대 OCN 드라마 최고 기록을 갈아치운 후에는 정체 상태다. 이 대표는 “‘비밀의 숲’ 등이 높은 완성도에도 불구하고 4%대 시청률을 넘지 못하고 있다”며 “대중이 비슷한 포맷과 직업군을 다룬 드라마에 이미 싫증을 느끼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