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최하단 요금제 의무화로 다른 요금제까지 통제 포석
선택약정할인 소급적용도 논란… 2015년 “이번만” 약속 깨
이통사, 수익급감·투자위축 따른 서비스 경쟁 실종 등 우려

정부 가계 통신비 인하 방안의 양대 축인 보편요금제 도입과 선택약정할인율 인상이 시장 기능을 심각하게 저해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보편요금제가 사실상 정부의 가격 설정 정책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정부가 기존 20% 선택약정할인 선택 가입자에게도 25% 할인율 ‘소급’ 적용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며 ‘말 바꾸기’를 통한 원칙 없는 정책 집행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정부는 2015년 할인율 인상 당시 소급 적용은 ‘이번에 한한다’고 못 박은 바 있다.

2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금까지 정부는 요금 인가제를 통해 요금 인상을 통제하는 ‘관리권’을 행사에 그쳤으나 보편요금제가 도입되면 관리권을 넘어 정부가 시장 가격을 직접 설정할 수 있게 된다. 최하단 요금제를 정부가 설계해 이동통신사들에 출시를 의무화하면 해당 요금제의 데이터당 가격을 기준으로 상위 요금제 또한 가격이 결정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경우 이통사들이 출시하는 요금제들이 비슷해질 수밖에 없는 데다, 이통사 수익이 급감해 투자 위축에 따른 서비스 경쟁 실종이 우려된다.

업계 관계자는 “가격은 수요와 공급으로 결정되는데 (보편요금제는) 수요만 고려해 각종 부작용이 우려된다”면서 “사업자별로 창의적인 요금제가 나올 수 있도록 정책을 해야 하는데 앞으로는 모든 요금제가 비슷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보편요금제와 더불어 가계 통신비 인하 방안의 또 다른 축인 선택약정할인율 인상의 경우 말 바꾸기 논란에 휩싸였다. 정부가 선택약정할인율 인상을 추진하며 25% 할인율을 기존 20% 할인 가입자에게도 소급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 2015년 4월 12%였던 선택약정할인율을 20%로 인상, 기존 12% 가입자에게도 소급적용을 하며 이통사에 보낸 공문과 언론 보도자료를 통해 ‘기존 가입자의 전환은 이번 할인율 재산정에 한함’이라고 명기한 바 있다.

선택약정할인율은 25% 인상 전인 현재 20% 수준에서도 ‘지원금에 상응하는 요금할인’이라는 제도를 정의한 고시의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비판도 여전하다. 20% 선택약정할인의 경우 2년간 최고 52만8000원을 할인받을 수 있지만, 지원금의 경우 최대 33만 원에 불과하다. 업계에서 고시는 물론 기존 약속도 지키지 않는 ‘원칙 없는 정책 집행’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임정환 기자 yom724@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