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생에너지 발전 허용할 땐
중소사와 투자유치 등 큰 격차

정부가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20%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가운데 한국전력이 초대형 발전사업자로 부활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중소 발전사업자들의 위기감이 증폭되고 있다. 한전이 16년 만에 전력 생산자로 복귀해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을 겸업한다면 중소사업자들은 공정경쟁체제, 투자 유치 등에서 불리해져 시장 입지를 잃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국회에는 한전의 신재생 발전사업을 허용하기 위한 ‘전기사업법’과 ‘신재생에너지법’ 개정안이 계류 중이다. 이는 자금력을 갖춘 시장형 공기업이 신재생발전사업을 포함한 두 종류 이상 전기사업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개정안은 최근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이 발표되면서 한층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전체 전력생산의 4%대였던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20%로 높이겠다는 정부 목표를 이행하려면 한전의 발전사업 참여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논란도 거세지고 있다. 2001년 이후 한전 발전 자회사와 민간 발전회사 간 경쟁체제로 전환한 전력산업 구조개편에 역행하고, 전 세계적으로 송·배전망과 발전사업을 분리하는 추세에도 맞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발전과 판매 겸업 금지 원칙을 훼손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소사업자들이 가장 우려하는 점은 공정성이다. 송·배전망을 독점하는 한전이 ‘전력망 중립성’을 외면한 채 경쟁사들의 송전선로 건설을 견제할 가능성이 커 공정성이 담보되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금융자본의 한전 쏠림 현상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한전은 공기업 특성상 자본 확보에 유리하다. 금융시장 생리상 한전과 중소사업자들이 경쟁하면 자본은 신용등급이 높은 한전에 쏠리게 된다. 이 경우 프로젝트파이낸싱을 주로 이용하는 민간업체들은 돈 가뭄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한 민간발전업체 관계자는 “전력구매자인 한전에 생산자 기능을 다시 준다면 중소사업자들이 설 땅을 잃게 되면서 후방산업을 육성하고 고용이 창출되는 선순환 구조 역시 무너질 것”이라고 말했다.

권도경 기자 kw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