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나눔으로의 동행 나눔은 혼자서 하기가 쉽지 않다. 셋 이상만 있으면 진정한 큰 나눔을 할 수 있다. 나보다 잘난 사람을 위해 나누기보다 부족한 사람들을 위해 손을 잡아 주어야 한다. 2017년 작. 김영화 화백

요즘 골프장에 가면 정말 패션 장(場)이 따로 없습니다. 슬림한 핏의 다양한 디자인과 컬러의 골프웨어를 입은 세련된 골퍼들을 보면 대한민국 골퍼들이 세계에서 가장 옷을 잘 입는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긴 한류의 시작은 한국 드라마 속 주인공들의 세련된 패션에서 시작됐다고 합니다. 그만큼 옷은 많은 사람들과의 만남에 있어 제일 먼저 평가되는 잣대인 것 같습니다. 옷매무새를 어떻게 했는지와 입은 옷에 따라 상대에 대한 행동과 자세가 만들어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만큼 옷은 묵언의 소통 창구라는 방증이겠지요.

최근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가 선수들의 의상, 즉 드레스 코드에 대해 칼을 꺼내 들었습니다. 어깨와 등 부분이 깊게 파이면 안 되고 목 주위는 칼라가 있어야 하며 레깅스는 치마와 바지를 받쳐 입어야 합니다. 치마나 쇼트 팬츠 길이도 규제하기로 했답니다. 상체를 굽혔을 때 엉덩이가 보이지 않아야 하는데 위반 시에는 1000달러의 벌금을 내야 합니다.

놀라운 것은 이 같은 일이 자유분방한 미국에서 일어났다는 점입니다. 선수들 중에서 일부는 반발하고 또 일부에서는 찬성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도 언제부터인가 일반 골퍼들의 골프장 드레스 코드가 무분별해진 것이 사실입니다. 특히 칼라가 없는 라운드 티를 입고 나와 상체를 굽히면 가슴이 다 보이거나 통 넓은 짧은 퀼로트를 입고 높은 티잉그라운드에서 티를 꽂다 보면 속옷이 보여 민망한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아예 드러내 놓고 속이 훤히 비치는 시스루 스타일의 옷을 입고 오는 골퍼도 있습니다. 남성 골퍼들은 허리띠를 느슨하게 하고 활보하는가 하면, 목이나 벨트에 수건을 두르거나 가슴까지 풀어헤치고 플레이를 합니다.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은 미국 명문 프라이빗 골프장에서 양옆에 주머니가 여럿 달린 반바지를 입었다가 구설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골프웨어의 기본적인 기능성과 품위는 뒤로 밀려난 채 지나치게 섹시미만 강조하는 의류업체와 단체, 선수도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옷을 통한 표현의 자유가 벌금이라는 징벌로 이어지는 것 역시 옳지 않다고 봅니다. 1990년대 국내 골프장 대부분이 명문 지향을 내걸고 클럽하우스 입구에서 3만 원을 받고 정장을 빌려준 적도 있습니다. 지금 와서 보면 정말 부끄러운 짓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분명한 것은 골프를 치기 위한 전문 웨어가 돼야지 과시용이나 보여주기 식의 골프웨어가 돼서는 안 된다는 점입니다. 요리사는 요리사답게, 군인은 군인답게, 그리고 선수는 선수다운 옷을 입도록 우리 스스로가 좀 더 엄격해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종현 시인(레저신문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