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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시대 가장 유머러스한 여행 작가인 빌 브라이슨은 여행은 집으로 돌아오기 위해 떠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발칙한 유럽 산책’에서 브라이슨은 이렇게 말합니다. “여행이란 얼마나 이상한 일인가. 집의 안락함을 기꺼이 버리고 낯선 땅으로 날아가, 집을 떠나지 않았다면 애초에 잃지 않았을 안락함을 되찾기 위해 엄청난 시간과 돈을 쓰며 덧없는 노력을 하는 것이다.” 시간 쓰고 돈 쓰고 힘 쓰는 덧없고 이상한 일이라고 하지만 다들 알듯이 브라이슨 특유의 유머러스한 비틀기일 뿐입니다. 익숙한 곳을 떠나 온갖 모험을 하고 처음과 달라진 모습으로 돌아오는 것이 성장 서사의 오랜 원형이고, 낯선 것들과 끊임없이 만나는 일상 속에서 반복되는 서사입니다. 여행은 비교적 안온하고 즐겁게 진행되는 원형의 반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여행은 곧잘 인생에 비유됩니다.

브라이슨이 유머러스 쪽 담당이라면 진지한 여행 문학의 거장 풍모를 지닌 폴 서루는 이렇게 말합니다. “나는 멀고 외딴 장소들을 홀로 여행하면서, 세계와 나 자신에 대해 많은 것을 배웠다. 여행의 낯선 느낌과 기쁨, 해방감과 진실……. 그리고 고독은 집에 머무는 자에겐 시련일지 모르지만, 여행하는 자에겐 꼭 필요한 조건이다. 여행은 언제나 정신적 도전이다. 게다가 가장 힘든 순간조차도 여행은 우리에게 깨달음을 줄 수 있다.” 결국 브라이슨과 같은 말이죠.

본격적인 휴가철이 시작되면서 많은 이들이 여행을 떠납니다. 그래서 이번 주 북리뷰는 여행자를 위한 책을 골랐습니다. 프랑스의 철학자 장 루이 시아니는 휴가지야말로 사유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며 생각할 거리를 툭툭 던집니다. 그의 책이 아니라도 여행길에선 누구나 낯선 풍경 앞에서 철학자가 되곤 합니다.

시즌이 시즌이다 보니 연이어 나오는 여행기들 중에서 소설가 올리비에 블레이즈의 ‘내가 걸어서 여행하는 이유’를 고른 것은 ‘걷는다’는 것이 여행의 본질에 가장 가깝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블레이즈는 책을 통해 우리의 삶 자체가 미지로 가득한 모험 속으로 걷는 것이라는 메시지를 던집니다.

이들과 함께 베니치아를 사랑했던 시인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베네치아 여행기인 ‘릴케의 베네치아 여행’(사진), 어느 날 훌쩍 쿠바로 떠난 소설가 백민석이 2인칭 시점으로 그곳에서 느낀 감흥을 담백하게 풀어놓은 여행기 ‘아바나의 시민들’, 이금이 등 어린이 책 작가 5명이 함께 쓴 ‘발트의 길을 걷다’ 등도 나왔습니다. 여행길의 좋은 친구들입니다. 혹시 이번 여름 여행 계획이 없으시다면 이 책들로 여행을 대신 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방법입니다. 대부분 사진도 풍부하게 들어가 있으니 읽고 보며 책으로 세계를 걸어보는 것이죠.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