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최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17 스마트테크쇼에서 방문객들이 가상현실(VR)을 체험하며 즐거워하고 있다. 연합뉴스

高價·전용 호환기기 요구 발목
초기 열기 시들해지며 ‘정체’

자체 디스플레이·플랫폼 탑재
착용만 하면 콘텐츠 감상 가능
삼성·오큘러스·구글·레노버…
독립형 단말 개발·돌파구 모색

기존 협력구도 재편에도 관심

최근 글로벌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들이 독립형 가상현실(VR) 감상기기 출시를 준비하고 있는 가운데 해당 기기가 ‘캐즘(Chasm)’에 빠진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 VR 시장의 돌파구가 될 수 있을지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층 사이에 생긴 큰 틈이나 협곡을 지칭하는 캐즘은 ICT 업계에서 처음에는 사업이 잘되는 것처럼 보이다가 더 이상 발전하지 못하고 깊은 수렁에 빠지는 것과 같은 정체 상태를 지칭하는 용어로 사용된다.

18일 관련 업계와 시장조사업체 애틀러스 리서치에 따르면 페이스북 산하 VR 전문 업체 오큘러스가 연말쯤 독립형 VR 감상 기기를 출시할 예정이다.

개발 중인 독립형 VR 헤드셋의 코드명은 ‘퍼시픽(Pacific)’이며 출고가는 200달러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오큘러스는 기존에 오큘러스 리프트(사진)라는 599달러(초기 출고가)의 PC와 연동 VR 기기를 선보인 바 있으나 요구되는 PC 사양이 높은 데다가 가격까지 비싸 시장 확보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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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VR 기기는 스마트폰을 끼워서 사용하는 형태와 PC나 게임기 연결형 등이 출시돼 있다. 스마트폰을 끼워서 사용하는 형태의 VR 기기는 삼성전자 기어VR(갤럭시 연동)나 구글의 데이드림 뷰(픽셀 연동) 등이 대표적이며 PC나 게임기 연결형은 HTC의 바이브,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 VR 등이 있다.

그러나 해당 기기들의 경우, 호환 가능한 스마트폰을 구매해야 하거나 고사양 PC 등을 갖춰야 해 예상보다 사용자가 빠르게 늘지 않아 관련 업체들의 고민을 깊게 했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독립형 VR가 관련 시장의 새로운 돌파구를 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물론 PC나 게임기 연결형처럼 최고의 성능을 제공하지는 못하겠지만 호환되는 스마트폰 없이도 VR 콘텐츠를 감상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오큘러스뿐만 아니라 경쟁 업체들도 앞다퉈 독립형 VR 기기 출시를 준비하고 있는 이유다.

특히 구글은 중국 제조사 레노버와 협력해 자사 VR 콘텐츠 플랫폼 데이드림을 탑재한 VR 기기를 개발 중이다. 해당 제품은 기기에 자체 디스플레이 등을 탑재해 스마트폰이나 PC 없이 착용하기만 하면 데이드림 플랫폼의 VR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독립형 기기인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에도 연말쯤 출시가 유력하다. 삼성전자 역시 독립형 VR 기기의 개발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신들은 삼성전자가 해당 기기를 내년에 갤럭시S9 출시와 함께 공개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와 관련, 오큘러스의 독립형 VR 기기 출시가 삼성전자와 오큘러스의 협력 관계에 어떤 영향을 줄지도 관전 포인트로 꼽힌다.

기존에 양사는 각각 PC 연동형과 스마트폰 탑재형 VR 기기 시장에서 각개약진해 왔으나 조만간 독립형 VR 시장에서 정면 충돌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기어VR의 콘텐츠 플랫폼으로 오큘러스 스토어를 사용하는 등 양사는 VR 사업 초창기부터 돈독한 협력 관계를 유지해왔다.

애틀러스 리서치 측은 이에 대해 “오큘러스가 기어VR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자체 단말을 추진한다는 점은 삼성전자에 결코 반길 수 없는 사실”이라고 분석했다.

임정환 기자 yom724@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