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또 ‘모뉴엘식 사기’ 충격

2018년 코스닥 상장한다며
불량웨이퍼 294회 실적 조작
개인투자자 등 1061억 피해
세관당국 모니터링·추적 강화

‘코스닥 상장을 앞둔 유망 강소기업’으로 알려진 반도체 업체가 불량 웨이퍼 수입 가격을 조작해 4000억 원대의 무역금융범죄를 저지르다가 덜미를 잡혔다. 결국 이 회사의 비상장 주식을 산 국내외 기관·개미투자자와 대출 은행, 거래업체들은 1061억 원의 막대한 피해를 입게 됐다. 수조 원 대의 사기대출 행각을 벌인‘모뉴엘’식의 금융범죄가 근절되지 않음에 따라 세관당국은 모니터링과 추적조사를 강화하기로 했다.

관세청 서울본부세관은 한국무역보험공사와 협조를 통해 무역금융 부당대출, 밀수출 등 4049억 원대 무역금융범죄를 저지른 메이플세미컨덕터 대표이사 박 모(50)씨 등 2명을 관세법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했다고 18일 밝혔다.

세관에 따르면, 이들은 2018년에 코스닥 상장을 한다며, 2011년 부터 1매당 0.5달러에 불과한 불량 웨이퍼 가격을 250~800달러로 부풀려 294회에 걸쳐 허위 수출신고로 실적을 조작했다. 박 씨 등은 홍콩의 페이퍼컴퍼니(서류상 회사)로 물품을 보낸 후 국내 5개 은행에 허위 수출채권을 매각해 1370억 원을 유용했다. 수출채권 만기가 도래하면 이를 다시 은행에 매각해 마련한 자금으로 홍콩에 보관중이던 웨이퍼를 1매당 67~760달러에 달하는 고가로 수입한 후 자금을 이전해 대출금을 상환하는 일명‘뺑뺑이 무역’을 반복했다. 조사결과, 박 씨는 파산 상태에 이르자 회사 자금 23억 원을 빼돌려 개인 채무를 갚았다. 범죄규모는 무역금융 부당대출 1370억 원, 재산국외도피 23억 원, 밀수출입 270억 원, 해외불법예금 1426억 원, 수출입 물품가격 허위신고 960억 원이다.

김철수 서울세관 외환조사과장은 “업체가 파산위기에 처한데다, 코스닥 상장이 불가능한 회사임인데도 상장될 것 처럼 속여 투자를 받아 큰 피해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피해규모는 11개 은행 대출금 277억 원, 10개 국내외 기관투자자 및 개미투자자(150명)의 장외 주식매입금액 738억 원 등 총 1061억 원이다.

이민종 기자 horiz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