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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호의 ‘서울 그림전’
옛 진경산수화 현장 찾아 그려

지난 2월 이태호(사진) 명지대 초빙교수는 서울 종로구 인사동의 노화랑과 함께 기획한 ‘한국미술사의 절정’을 마무리하며 노화랑의 노승진 사장에게 농담처럼 “나 화가 하면 어떨까요”라는 말을 했다고 한다. 이에 노 사장은 단박에 “그건 아니다”고 답했다.

이에 대해 노 사장은 “그동안 이 교수가 쌓은 학문적 업적도 그러려니와, 이 시대 누구보다 밝은 눈을 가졌다는 명성에 걸맞게 미술사가로서 할 일이 더 많이 남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나중에 설명했다. 그런데 농담 같은 얘기가 진담이 됐다. 노화랑은 17일부터 22일까지 ‘미술사가 이태호 교수의 서울 그림전’을 개최한다. 첫 개인전이다.

이 교수는 지난 40여 년을 미술사 연구와 미술교육에 전념했다. 군 복무를 마치자마자 고등학교 미술 교사를 시작해 1978∼1982년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관으로 재직했고, 1982년부터 2003년까지 전남대에서, 2003년부터는 명지대로 옮겨 미술사를 가르치다 올해 2월 정년을 맞았다. 그러나 원래 그의 전공은 회화다. 홍익대 회화과 출신으로 서양화를 전공했다.

이 교수는 지난 2년간 월간미술(2015. 5∼2017. 3)에 조선 후기 진경산수화로 본, 옛 그림과 함께 만나는 ‘서울이 아름답다’를 연재해 많은 이들의 관심을 끌었다. 이 교수는 연재하는 동안 겸재 정선을 비롯해 옛 화가들의 서울 그림 현장을 찾으며 그 장소의 스케치를 병행해왔고 연재물을 책 ‘서울산수’로 엮어낸 후 출판과 함께 이 그림들을 모아 개인전을 열게 된 것이다.

화풍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우리나라 옛 지도의 표현 방식을 따른 지도식 서울 전경도다. 또 다른 하나는 수채화풍으로 자연의 아름다움을 포착한 작품들이다. 노 사장은 “이 교수의 그림은 40여 년 미술사에 전념해온 학자 그림이니, 분명 우리 시대의 현대판 문인화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경택 기자 ktle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