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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文대통령과 함께 검찰개혁 책 쓴 김인회 교수 주장

“민주화 성과 따라가지 못해
개혁 핵심은 초집중된 권한
공직자 부패 수사는 공수처
재벌 갑질 공정위가 해결해야”

문재인 정부의 검찰개혁이 본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검찰개혁의 제1과제는 수사권·기소권의 분리가 이뤄져야 하고, 정치권력 부패에 대한 수사는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가, 민간 분야의 부패 행위는 공정거래위원회를 강화해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특히 이 같은 주장은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검찰개혁을 주제로 한 책을 쓰기도 해 새 정부의 검찰개혁을 가장 잘 이해한다는 평을 받는 김인회(사진)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내놓은 것이어서 주목된다.

노무현 정부 때 청와대 비서관을 지낸 김 교수는 12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법조언론인클럽 주최 ‘국민을 위한 법조개혁 토론회’에서 “검찰개혁의 핵심은 (검찰의) 정치적 중립이 아니라 (검찰에) 초집중돼 있는 권한”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검찰개혁의 3대 원칙으로 권한의 분산, 권한의 견제, 공개와 참여를 꼽았다.

문화일보가 입수한 발제문에 따르면 검찰개혁의 필요성과 관련해 김 교수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에 정치검찰이 주체가 됐고 부패검사가 국정농단의 발단을 제공했다”며 “검찰은 민주사회에 적응하지 못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김 교수는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 검찰의 행태에 대한 지적을 넘어 검찰 조직 자체가 1987년 민주화 이후 사회 전반의 민주화 성과를 따라가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외부 환경은 민주사회인데, 검찰 내부적으로는 군부독재·권위주의 시절의 철학과 사고방식, 제도, 실무를 그대로 가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문재인 정부의 검찰개혁이 단지 보수정권 동안 검찰의 행태에 대한 ‘보복’ 차원을 넘어 민주화된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검찰 조직을 본질적으로 바꾸는 작업이라는 맥락이다.

김 교수는 “검찰이 수사기관 및 공소기관으로서 수사의 시작, 수사 방법 선택, 구속영장 신청 및 기소 여부, 공판 진행, 경찰에 대한 수사지휘권, 피의사실 공표 등 형사사법 절차의 모든 권한을 보유하고 있다”며 “문제는 (검찰에) 초집중화된 권한”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검찰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 자유와 권리, 인권을 보장하기 위한 조직으로 개혁돼야 하고 국민으로부터 직접 통제받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검찰개혁의 제1과제로 ‘수사권과 기소권의 분리’를 꼽았다. 그는 “검찰개혁은 수사권과 기소권의 분리에서 시작한다”며 “수사는 경찰이, 기소는 검찰이, 재판은 법원이 담당하는 게 원칙”이라고 말했다. 그는 “검·경 수사권 조정이 아니라 수사권과 기소권의 분리를 목표로 해야 한다”며 강화될 경찰의 권한은 자치경찰제와 경찰위원회의 실질화, 경찰대 폐지 등을 통해 통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검찰이 수사를 하지 못하게 될 경우 부정부패, 권력형 비리가 확대될 것이라는 ‘불안’에 대해서는 공수처 신설과 공정위 강화를 대안으로 꼽았다. 김 교수는 “고위공직자의 부정부패는 공수처가 수사하고 재벌의 갑질 같은 민간 분야의 부패행위는 공정위가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법무부의 탈검찰화도 중요한 과제지만 법무 행정을 책임질 만한 민간 법률 전문가를 임용하는 것은 장기적인 계획이 필요하다며 후순위로 미뤘다. 김 교수는 “경찰과 국가정보원은 자체 과거사정리위원회를 만들었는데 검찰만 과거사정리위원회를 만들지 않았다”며 “검찰도 과거사 정리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민병기 기자 mingmi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