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런던 임대아파트 참사 한 달

‘81명 사망·실종’ 발표 불신
주민 “실제 사망자 2배 넘어”

영국 런던 그렌펠타워 화재사고가 발생한 지 한 달을 앞뒀지만, 경찰이 아직도 정확한 사망자 수를 집계하지 못해 영국민들의 분노가 커지고 있다. 시민들은 81명이 사망 또는 실종됐다고 보는 경찰의 추정치를 완전히 불신하는 분위기다. 6월 조기 총선에서 과반의석수 확보에 실패한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오는 13일 취임 1주년을 맞지만, 점점 곤혹스러운 처지로 내몰리고 있다.

11일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 등에 따르면 전날 경찰 당국은 “지난달 14일 화재 당시 그렌펠타워 거주자 350명 가운데 14명이 외부에 머물고 있었고, 255명이 탈출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경찰의 이 같은 추산대로라면 최종적인 사망자 혹은 실종자 수는 81명이다. 경찰은 희생자 가운데서 “32명의 신원을 명확하게 확인했다”며 “불길이 강했던 탓에 사망자 일부는 신원을 아예 확인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시민들은 의혹의 시선을 보내면서 정부 발표를 불신하고 있다. 경찰 당국은 화재 당일 사망자 수를 6명으로 최초 발표했다가 이후 12명으로 정정했고, 연이어 2주 동안 집계치를 계속 번복해 결국 희생자 수는 81명으로까지 증가했다. 켄싱턴·첼시 자치구 지방의회 의원인 베이나지르 라샤리는 “테러리스트의 공격이었다면 벌써 희생자 수가 나왔을 것”이라며 “시민들이 점점 더 분노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는)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비판했다.

특히 주민들은 정부가 추산한 그렌펠타워 거주자 수가 터무니없는 수치라고 지적하고 있다. 라샤리는 “개인적으로 아는 사람만 해도 그렌펠타워에서 나오지 못한 사람이 (그보다) 훨씬 더 많다”며 “건물에 400∼500여 명이 거주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정부가 추산한 수치보다 실거주자 수가 훨씬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거주자 중 상당수가 신원이 명확하지 않은 저소득층이었고, ‘대가족 문화’를 가진 이슬람 이민자들의 특성상 실거주자 수는 훨씬 많았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새벽 1시에 건물 전체가 불탄 대참사였음에도 불구하고 희생자 수가 100명도 채 되지 않는 것도 의심을 사는 이유다. 뉴욕타임스(NYT)와 인터뷰한 이란 출신 학생 사자드 자말파탄은 “80명은 말도 안 된다. 그 두 배는 될 것”이라며 “정부는 희생자 수가 세 자릿수가 되는 것을 원치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슬람 주민 센터를 운영하는 압두라만 사예드도 “도처에 CCTV 카메라가 설치돼 있다”며 “(CCTV를 조사해 봤으면) 분명히 정부는 정확한 건물 거주자 수를 알 것”이라고 비난했다.

손고운 기자 songon1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