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신대학·토익성적 보고 뽑고
뒤처질땐 눈치 주고 방출까지
‘인턴스터디’ 가입도 경쟁치열

“새 멤버는 시험을 치러야 합니다.” “수준이 떨어지니 빠져주세요.”

취업준비생들이 모인 스터디그룹 내에서도 서로 격려하기는커녕 새 멤버에게 토익 성적 등을 요구하고 면접을 보게 하거나, 실력이 뒤처진다고 막말을 해 방출하는 등 텃세와 갑질이 만연해 취준생들의 고통이 두 배로 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취업난이 극심해지면서 정식 직원 채용도 아닌 인턴에 뽑히는 것을 목표로 준비하는 인턴스터디도 생겨나고 있다.

일부 취업스터디에서는 지원할 때 출신 대학과 전공은 물론, 자기소개서·과거 스터디 참가 경험·대외활동 경험 등 각종 개인정보를 요구하고 있다. 대학 졸업을 한 학기 앞두고 있는 김모(여·25) 씨는 최근 황당한 경험을 했다. 김 씨가 처음 모임에 참석하자 스터디의 장이 “처음 오시는 분들은 이걸 먼저 풀고 시작한다”며 다짜고짜 기업 모의고사 기출문제와 시사상식 등이 짜깁기된 문제지를 들이밀었다.

입사시험처럼 스터디 가입시험을 치러야 했던 것. 김 씨는 일주일 뒤 스터디 장에게서 “죄송하지만 함께 하지 못할 것 같다”는 문자를 받았다. 이유를 묻자 “비슷한 수준의 분들과 함께 하고 싶다”는 답이 돌아왔다. 김 씨는 “같이 공부하면서 부족한 부분을 채우려고 그룹스터디를 하는 거지, 다 알면 뭐하러 스터디에 들어가느냐”고 분해했다. 지난 4월 스터디를 그만뒀다는 최모(22) 씨는 “취직시험에 몇 번 떨어지고 나니, 스터디 동료들이 내가 쓴 논술에 대해 재미없다, 지겹다 등 막말을 하더라”며 “어느 날 한 명이 ‘우리가 왜 이러는지 눈치를 채 달라’고 말하는데 피가 거꾸로 솟는 기분이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취업 필수코스처럼 된 기업 인턴에 지원자들이 몰리며 인턴 전문 스터디그룹도 늘어나고 있다. 김모(여·26) 씨는 최근 내년 1월쯤 모집될 기업체 동계 인턴 선발을 목표로 하는 스터디그룹을 조직했다. 지난달 한 기업의 인턴 채용에 지원했다 떨어졌지만, 아쉬워할 시간도 사치라는 생각에 곧바로 동계 인턴을 노리고 공부를 시작한 것. 지난 5월 김 씨와 함께 공부했던 멤버들이 이번 모임에도 합류했다. 김 씨는 “요새 인턴은 금(金)턴을 넘어 다이아몬드턴이라고 불릴 정도여서 하루라도 일찍 준비에 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문화일보 취재진이 10일 유명 온라인 취업 커뮤니티 두 곳을 확인해본 결과, 하계 인턴 공고가 뜨기 시작하는 4월부터 6월까지 3개월 동안에만 100여 개의 ‘인턴 스터디’ 모집 글이 올라와 있었다. 최근까지 한 은행권 인턴스터디에 참여했다는 손모(28) 씨는 “가산점 조금 받겠다고 몇 달 동안 고생하다 보면 이렇게까지 해서 굳이 인턴을 해야 하나 하는 생각도 들지만, 결국 스펙 한 줄이 아쉬워 스터디를 찾게 된다”고 털어놓았다. 조용술 청년연합 36.5 대표는 “인턴 채용 시 요구하는 과도한 요건 등을 정부에서 관리·감독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현아 기자 kimhah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