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시진핑 첫만남서 평행선
양국 대화환경 조성은 성과
내달 ‘수교 25돌’ 회담 가능성

문재인 대통령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기간에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처음으로 대면했지만 상호 간에 이견을 확인하는 탐색전 수준에 그쳤다. 오는 8월 한·중 수교 25주년을 계기로 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이 있으나 한·중 간 이견이 첨예해 중국의 대북 제재 동참,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관련 경제 보복 해제 등 우리 측이 바라는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6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시 주석과의 첫 회담에서 사드 배치의 불가피성과 미국, 일본과의 협조 강화 등에 대한 우리의 입장을 솔직하게 전달하는 데 주력했다. 전임 박근혜 정부가 한·일 위안부 합의와 사드 배치 등에 대해 외교 경로로 중국에 제대로 알리지 않은 것이 대중 외교를 어렵게 만드는 주요 원인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이 시 주석과의 회담에서 우리 입장을 진솔하게 전달하면서 북한 문제를 놓고 최근 드러난 한·미·일 대 북·중·러 대립 구도에서도 한·중 간 관계가 더 악화되는 것을 막았다고 평가하고 있다. 또 8월 문 대통령 방중을 통해 사드 문제 등 주요 현안의 해결을 도모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다고 보고 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중국과는 정상 간의 허심탄회한 대화가 이뤄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는 것에 성과가 있다”며 “앞으로 구체적인 현안은 서로 대화가 더 오고 가면서 해결책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북한 제재와 사드 한국 배치를 두고 미·중 간 갈등이 점점 고조되는 상황이어서 두 나라를 동시에 만족시킬 수 있는 전략이 나오기 힘들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시 주석은 문 대통령과의 만남에서 “중국은 북한과 혈맹의 관계를 맺어왔고 그 관계가 근본적으로 변하는 것은 아니다”며 북한 문제에 있어 공조 체제를 갖추어 가는 한·미·일과 명확한 대치선을 그었다. 시 주석은 G20 정상회의 기간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미·중 정상회담에서도 “한국에 사드를 배치하는 것을 반대한다”고 말했다.

조윤영 중앙대 정치국제학과 교수는 10일 “이번 G20 정상회의 기간에 한·미·일 대 북·중·러의 대립각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며 “이 대립구도를 어떻게 해소할지가 현 정부의 주요 과제로 떠올랐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병채·이근평 기자 haass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