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수교 25주년을 한 달여 앞두고 양국 관계의 뒷걸음질을 걱정해야 하는 안타까운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6일 독일 베를린에서 첫 정상회담을 가졌지만, ‘전략적 협력동반자’라는 양국의 공식 관계가 사상누각임을 확인하는 자리가 되고 말았다. 시 주석은 “장애물 제거”란 말로 반(反)사드 입장을 분명히했으며, ‘사드 경제 보복을 철회해 달라’는 문 대통령의 요청도 “중국민들의 관심과 우려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거절했다. 사드가 북핵·미사일에 따른 한국의 최소한의 자위적 수단이라는 데 대한 이해는 전혀 없었다.

반대로 시 주석은 북한과의 혈맹을 강조했다. 시 주석은 “25년 전 한국과 수교를 맺은 뒤 많은 관계 변화가 있었지만, 북한과 ‘혈맹’의 관계를 맺어왔고 그 관계가 근본적으로 변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고 한다. 북·중 우호조약이 1961년 체결 이후 20년단위로 연장돼 오고 있음을 고려할 때, 원론적 발언이지만 그 시점과 형식이 중요하다. 정상회담 자리에서 상대방의 주적(主敵)을 혈맹이라고 강조한 ‘프로토콜’은 가볍게 넘어갈 일이 아니다. 2008년 8월 전략적 관계 선언 및 그 후 양국 정상 간의 ‘내실화 합의’ 등을 무위(無爲)로 돌리는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북핵 해결을 위한 ‘중국의 적극적 역할’을 강조했다. 그러나 중국은 ‘쌍중단(雙中斷)’ 주장을 되풀이할 뿐, 대북 원유 공급 중단과 같은 실질적 대책은 내놓지 않았다. 한·중 수교는 소련의 붕괴 등 냉전 해체라는 역사적 배경 속에서 이뤄졌다. 당시 중국은 도광양회(韜光養晦) 입장을 취하고, 한·중 양국은 정·경 분리 원칙에 입각해 민간 분야에서 엄청난 관계 발전을 이루었다. 이에 중국과의 ‘전략적 협력’도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도 커졌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서방의 반대에도 중국 열병식까지 참석했다. 그런데 최근 그런 기대가 환상이라는 사실이 적나라하게 확인되고 있는 것이다. 사드 보복 같은 지경학적(地經學的) 압력은 물론, 남중국해 군사기지 건설과 같은 힘의 투사마저 서슴지 않는다. 이런 상황은 기존의 대중(對中) 외교 전략이 유효한지, 지속 가능한지 전면 재검토해야 할 시점임을 말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