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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정본부 ‘朴탄생 100주년 기념우표’ 발행 재검토 논란

“빈곤 몰아낸 朴공로 인정해야”
“업적지우기는 또다른 정치보복”

“독재자 우상화 안돼 당연 취소”
새 정권에 눈치보나 뒷말 나와

우정본부 12일 재심 결과 주목

우정사업본부가 박정희 전 대통령 탄생 100주년 기념우표 발행을 재검토하기로 하면서 거센 논란이 일고 있다.

적법한 절차를 거쳐 결정된 만큼 기념우표 발행을 당초 계획대로 추진하겠다던 우정본부가 지난달 말 “우표 발행 취소와 재심의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는 이유로 갑자기 입장을 바꿨기 때문이다. 진보진영을 중심으로 ‘박정희=적폐’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고 다른 한편에선 “수천 년 이어왔던 절대빈곤을 몰아내고 오늘의 터전을 닦은 박 전 대통령의 업적 지우기에 나서는 건 또 다른 정치보복”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박정희 대통령 탄생100돌 기념사업추진위원회’ 관계자는 7일 “박 전 대통령 기념우표가 특정인에 대한 우상화라는 것은 정치적·이념적 반대파들이 만들어낸 온당치 않은 주장”이라며 “정치적으로 견해가 다른 인물이라도 국가·역사 발전에 공로가 있다면 기념해 왔던 국내외 사례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중국은 문화대혁명 때 숙청돼 모든 공직이 박탈됐던 류샤오치(劉少奇) 탄생 100돌 기념우표를 발행했다. 미국은 정치적 평가와 관계없이 로널드 레이건·존 F 케네디 전 대통령 탄생 100주년 기념우표를 발행해 이들을 추모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2016년 화가 이중섭 탄생 100주년 기념우표를 발행했고, 2015년에는 정주영 회장 탄생 100주년 기념우표가 발행된 바 있다.

기념사업추진위원회 측은 “화가나 기업인들의 탄생 100주년도 기념우표를 발행하는 나라에서 박 전 대통령 탄생 100주년 기념우표 발행만 결사적으로 저지하겠다는 시도는 ‘박정희 흔적 지우기’라는 불순한 목적을 가진 선동으로밖에 이해되지 않는다”며 “대한민국 산업화의 성취를 이룬 박 전 대통령이 오늘날 기념우표 하나 만들 가치도 없을 정도로 버림받아야 하느냐”고 말했다.

한희원 동국대 법과대학장은 “마오쩌둥(毛澤東)을 평가할 때 ‘공칠과삼’(功七過三·공로가 7이고 과오가 3)이라고 하듯, 모든 국가 지도자는 공과를 모두 갖고 있다”고 말했다. 박주희 바른사회시민회의 사회실장은 “적법한 절차를 거쳐 이미 결정한 기념우표 발행을 정권이 바뀌었다고 재심의하는 것은 진보진영을 지나치게 의식한 처사 같다”며 “자칫 국민 분열을 가속화하고 ‘우리 정부’가 아니라 ‘그들만의 정부’라는 인식을 주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박한용 민족문제연구소 교육홍보실장은 “기념우표는 대한민국 헌법적 질서 및 가치체계와 충돌하면 안 되는데 박 전 대통령은 유신독재, 인권유린, 5·16 쿠데타 등 큰 문제가 있다”며 “여론의 지지 없이 우표가 발행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우정사업본부 우표발행심의위원회는 오는 12일 회의를 열고 박 전 대통령 기념우표 발행 여부를 재심의할 예정이다. 문재인 정부가 이날 어떤 결정을 내릴지 사회 안팎에서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성훈 기자 tarant@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