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4차 산업혁명 ICT 융복합 시대를 맞이하여 우리들의 골프도 메커니즘처럼 기계화되어 바뀔 수 있을까. 스크린 골프 시대를 넘어 또 다른 골프 세상이 기대된다. 2017년 작. 김영화 화백

얼마 전 누군가가 써서 보냈던 ‘절실함’에 대한 유머 글을 읽었다. 피식 쓴웃음이 나왔다. 학생과 직장인의 차이라는 내용이었다. 맞는 것 같기도 하고, 맞으니까 더욱 씁쓸함이 밀려왔다. 학생과 직장인, 그리고 골퍼의 차이로 써봤다. 그리고 더 살을 붙여보았다.

①대학생 : 직장에 들어가면 모든 게 다 될 것 같았다.／직장인 : 회사만 그만두면 모든 게 다 될 것 같았다.／골퍼 : 골프만 시작하면 모든 게 다 되는 줄 알았다.

②대학생 : 매일 술자리는 절대 안 빠졌다.／직장인 : 1, 2, 3차 회식 술자리는 업무의 연장이다.／골퍼 : 골프 하기 싫어하는 사람과 18홀을 함께하는 것은 악몽이다.

③대학생 : 하루 학교 안 나가면 그뿐이다.／직장인 : 오늘 안 나가면 영원히 못 나오게 할 것 같다.／골퍼 : 하루 연습 안 하면 내가 알고, 일주일 연습 안 하면 주변에서 알고, 한 달 연습 안 하면 세상이 안다.

④대학생 : 멀쩡하게 다니던 회사 그만두고 자기 사업 하겠다는 사람은 이해가 안 된다.／직장인 : 어느 날 갑자기 사표 내고 회사를 떠나는 사람이 무척 부럽다.／골퍼 : 매번 골프 때려치운다고 하면서 계속 필드에 나가는 골퍼 마음이 이해된다.

1980년대 군산 선유도에 있는 한 여인숙에서의 일이다.

여인숙 복도 위로 작은 농게 자루가 쓰러졌다. 엄마와 딸은 복도를 돌아다니면서 농게를 자루에 넣었다. 하지만 어린 딸은 무섭다며 한 개씩 주워 담았다. 그 엄마는 소리쳤다. “빨리 많이 담아”라고 말하면서, 자신은 한 움큼씩 자루에 담는데 그 손과 눈이 너무도 절실했다. 그에겐 그 농게가 삶이었기 때문이다.

얼마 전 50세가 다 돼서 책을 내고 작가가 됐다며 행복해하는 골프장 캐디를 만났다. 상고를 졸업하고 글을 써야겠다는 일념으로 캐디를 선택했단다. 수많은 사람과의 만남과 관계, 다양한 삶을 하나도 빼놓지 않고 메모해 책으로 엮었단다. 13년 동안 캐디 생활을 가능하게 한 것은 바로 글을 쓰겠다는, 작가가 되겠다는 열정이었다.

가끔 필드에서 보면 절실하지 않고, 노력조차 하지 않으면서 잘못된 결과의 핑계로 캐디를 지목하는 골퍼들을 볼 수 있다. 특히 거리에 ‘오류’가 생겼을 때 유난히 캐디에게 화를 내는 경우를 종종 본다. 내 잘못된 점과 부족한 점을 둘러보고 절실하게 노력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아직도 직장생활 한 번 경험하지 않은 대학생의 시각으로 세상을 산다면 그 골퍼에게 향상된 실력을 기대할 수 없다. 작가가 되기 위해 캐디가 됐고, 그 직업을 통해 작가가 됐기에 자신의 직업에 자부심을 느낀단다. 캐디, ‘언니’가 아닌 캐디 출신 이경원 작가의 간절함이 문학으로 꽃을 피우길 소망해 본다.

이종현 시인(레저신문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