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원희룡 제주지사가 지난 6월 29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동 서울사무소에서 ‘제주형 생활임금제’ 등 제주도 일자리 정책에 대해 말하고 있다. 김낙중 기자 sanjoong@

- ⑥ 원희룡 제주지사

제주개발公 정원 301명 늘려
투자· 公共 일자리마련 선도

협동조합· 사회적 기업 만들어
관광사업 연계 창업 적극 지원

전기차 · 에너지 新산업 키워
창의적인 인재 육성에도 주력

면세특구·입법 규제 대폭완화
특별자치도 위상 격상 기대 커

“제주도는 다른 시·도와 달리 전통적인 제조업이 거의 없는 특이한 산업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관광과 외부에서 오는 투자를 어떻게 일자리로 연결할 것인가를 항상 고민해야 합니다. 공공 부문의 ‘괜찮은’ 일자리를 얼마나 많이 만드느냐가 제주도 일자리 정책의 핵심입니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일자리 창출’을 도민 행복 역점 프로젝트로 선정하고 괜찮은 일자리를 마련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원 지사는 지난 3월 30일 ‘제주 일자리창출위원회’를 설치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일자리 창출을 국책 과제 1호로 제시하며 대통령 직속으로 일자리위원회를 설치한 것보다 40여 일 앞선 것이다.

제주도가 청년 고용률 전국 1위를 차지한 것도 원 지사의 지속적인 노력이 큰 역할을 했다. 카카오를 필두로 국내 정보통신기술(ICT) 업체들이 대거 본사를 제주도로 옮기는 것도 제주도의 무한한 잠재력을 믿고 있기 때문이다. 학력고사 전국 수석에 운동권 출신으로 검사를 지낸 3선 국회의원, 여당 사무총장, 당 최고위원,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위원장을 지낸 원 지사가 대권을 논할 때 항상 유력 주자로 꼽히는 것도 이 같은 미래 비전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6월 29일 서울을 찾은 원 지사를 제주도 서울사무소에서 만나 제주형 일자리 창출 복안을 들어봤다.

―제주도는 섬이다. 제주도만의 일자리 정책이 있을 것 같다.

“제주의 산업구조 자체가 농·축·수산업 등 1차산업과 관광산업 이게 주된 산업이다. 다른 시·도와 달리 전통적인 제조업이 없는 구조다. 이 때문에 일자리도 산업에 맞는 특성이나 한계를 가지고 있다. 관광과 외부에서 오는 투자를 어떻게 일자리로 연결할 것인가가 항상 고민이다. 그래서 대형 투자와 연계해 도민 고용 80% 할당제를 처음 도입해 지역민의 고용을 높이고 있다. 제주도 내에서 괜찮은 일자리라고 하는 것은 공공 일자리다. 제주도 산하 공기업이 사업 확장과 함께 인재를 채용하고 육성, 강화하는 것이 필요한 상황이다. 제주개발공사의 정원을 479명에서 780명으로 늘렸다. 투자와 공공 일자리 마련이 함께 선도적으로 나아가도록 하고 있다. 이와 함께 ‘제주형 생활임금제’를 오는 10월부터 도입할 계획이다. 임금 수준이 낮고 비정규직이 많은 제주 일자리 특성을 정상화시켜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최저임금(시급 6470원)을 교육·문화·주거 등을 고려해 30% 인상해 시급 8400원을 적용하는 것이 제주형 생활임금제다. 이게 적용되면 1700만 원이던 연봉이 2100만 원으로 오르는 효과가 있다. 또 협동조합이나 사회적 기업을 만들어 지역의 1차산업이나 관광산업 등과 연계돼 활발한 창업활동을 할 수 있도록 많은 지원을 준비하고 있다.”

―일자리를 도민 행복 5대 역점 프로젝트와 함께 관리하는 이유가 있나.

“도민 행복 5대 역점 프로젝트는 도민의 삶의 질과 연결된 쓰레기·상하수도, 주거복지 등 부동산, 대중교통과 주차, 난개발 방지, 전기차 등 신재생에너지 등이다. 이게 ‘원희룡 표’ 제주다. 여기에다 일자리를 포함하는 거다. 이제 제주의 모든 산업 발전과 공공정책의 목적과 평가 기준이 일자리가 돼야 한다. 그래서 5대 역점 프로젝트와 일자리를 도지사인 내가 직접 챙겨 나갈 것이다. 일자리가 양적으로 증가하는 것을 중요시하기보다 어떤 내용의 일자리가 만들어지고, 이를 통해 소득도 올라가는지를 꼼꼼히 보겠다.”

―‘일자리=복지’라는 등식이 성립될 수 있나.

“일자리와 복지가 양면성이 있지만 분리할 수 없는 것 아니냐. 경제적인 활동을 할 수 없는 사람들에게 무조건 주는 정통적인 복지보다 일자리를 창출해 주는 것이 더 중요하고 지속 가능하다. 대기업의 대형 투자 사업을 통한 일자리도 임금 수준을 전국 모두 똑같이 하는 것이 필요하다. 안정적인 삶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임금도 어느 수준까지 올려야 한다. 복지와 일자리를 연결해서 사회적 취약계층이 협동조합, 비정규직 근로센터 등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해 자생력을 갖춰야 한다고 생각한다. 창업하는 스타트업 기업도 많이 양성해야 한다.”

―제주도 역시 청년 일자리가 문제인가.

“제주도는 올 1분기 청년 고용률이 48.3%로 전국(41.7%)에서 1위다. 제주도는 다른 도시에 비해 청년실업률이 낮아 양적으로는 양호하다. 하지만 질적으로는 문제가 있다. 구직을 하는 청년들과 일손을 필요로 하는 일자리에서는 ‘미스 매칭’이 나타나고 있다. 현재 청년이 취업해 있는 일자리를 분석, 임금·환경 등 청년들이 원하는 상태로 조성해 ‘정상화 된 일자리’ 만들기에 노력하겠다.”

―일부 지자체가 미취업 청년에게 수당을 준다.

“제주도도 청년 수당을 줄 수 있다. 하지만 어떤 목적과 어떤 내용의 지원이냐가 더 중요한 것 아니냐. 재원의 문제도 있지만 더 중요한 것은 실제로 일자리가 창출돼야 하기 때문에 근원적인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 청년 취업을 위해 취업준비 교육훈련, 알선 등은 당연히 해야 할 일이고, 감당이 가능하다면 지원 수당이나 보조금은 정책적 판단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새로운 일자리도 만들어야 하고 좋은 일자리도 필요하다.

“두 가지가 다 필요하지만, 반드시 그리고 늘 해야 하는 것은 새로운 일자리 창출이다. 기존의 일자리가 계속 없어지기 때문에 새로운 일자리를 통해 산업 경쟁력, 생산력 등이 재생산되고 산업이 발전하도록 해야 한다. 쉬운 비교로 음식을 만드는 사람이 있어야 이를 나누는 사람도 있는 것 아니냐. 새로운 일자리 창출, 과거의 일자리를 어떻게 새로운 일자리로 바꿔 창출시킬 것인가, 이러한 것에 대한 정책적 고민이 잘 해결된다면 일자리의 질을 올리는 것은 자연스럽게 이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게 안 되면 정책이 개입돼야 한다. 그리고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많은 일자리가 사라지지만, 새로운 일자리가 생겨날 것이다. 제주도는 전기차와 풍력, 태양광 등 에너지 신산업을 통해 일자리를 만들고 이를 위해 보다 논리적이고 창의적인 능력을 가진 인재를 키우는 데 주력하고 있다.”

―제주도는 ‘섬’이라는 지역적 한계가 있지 않나.

“그렇다. 제주라는 조건에서 생존하고 제주에서 우위를 가질 수 있는 기업이 제주에 와야 한다. 과거 제주는 격리돼 있었기 때문에 불리했지만, 이제는 시대가 바뀌었다. 제주가 지역적으로 규모가 작다. 그 때문에 리스크도 작고 테스트 선도 혁신의 기지가 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과거에 격리돼 있었다는 단점이 이제 장점이 돼 전국 어느 지역보다 좋은 인터넷망과 교통, 무비자를 통한 외국과의 교류 등에 장점을 가지고 있다. 제주도만이 원래 가지고 있던 청정 자연과 자연에서 나오는 프리미엄 브랜드(물, 음식) 그리고 청정에너지 등 첨단과 청정이 조화된 제주가 되었다. 과거의 단점이 장점이 된 것이다.”

―이런 제주만의 장점에서 나온 효과가 있나.

“지난 2004년 카카오(옛 다음)가 국내 정보기술(IT) 업체로는 처음 제주로 이전해 기폭제가 되면서 이스트소프트, PNI, 넥슨, 네오플로 이어졌다. 네오플은 2015년 제주도로 이전한 뒤 2016년 매출이 7681억 원으로 2014년보다 1330억 원(21%)이나 증가했고 고용인원도 같은 기간 448명에서 544명으로 늘었다.”

―중앙정부에 바라는 것은 뭔가.

“제주는 특별자치도다. 이 때문에 일부 지원을 받고 있다. 하지만 아직 몸통은 오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면세 특구, 제주 지원을 위한 행정기구 구성해 입법 규제 등을 푸는 등 제주특별자치도의 위상이 격상되는 것을 논의하고 있다. 기대가 크다.”

신선종 기자 hanul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