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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먹으면 더 맛있는 베이글

19세기 동유럽 유대인이 전파
쫄깃한 맛 몬트리올이 원조격
크기 작고 구멍 커… 단맛 특징

뉴욕 대표 먹거리로 세계서 유행
에사·머레이 베이글 관광명소로

예전에는 아점(아침+점심)이라고 했는데 요즘에는 브런치(브렉퍼스트+런치)란 말이 유행이다. 브런치의 대표적인 메뉴가 베이글(사진)이다. 도시 중의 도시 미국 뉴욕에선 베이글로 아침을 때우는 경우가 많은데 이러한 문화가 국내로 유입되면서 ‘뉴욕 스타일’로 아침으로 베이글을 먹는 사람을 주위에서 흔하게 볼 수 있게 됐다. 베이글은 가운데 구멍이 뚫린 둥근 모양의 빵을 말한다.

이스트를 넣은 밀가루 반죽을 링 모양으로 만들고 발효시켜 끓는 물에 익힌 뒤 오븐에 한 번 더 구워내기 때문에 조직이 치밀해서 쫄깃하면서도 씹는 맛이 독특하다. 보통 크림치즈를 발라 먹거나 훈제 연어, 양파, 토마토, 케이퍼 등과 함께 먹는다. 하지만 뉴욕산 베이글만 있는 게 아니다. 캐나다 제2의 도시 몬트리올 역시 베이글로 유명한 도시이며 자기 도시 베이글에 대한 몬트리올 시민들의 자부심은 뉴욕커 못지않다. 베이글을 둘러싼 뉴욕과 몬트리올의 자존심 대결이 그리 간단치 않다는 의미다.

두 도시의 베이글을 비교하기에 앞서 왜 뉴욕과 몬트리올이 베이글의 도시가 됐는지부터 알아보자. 베이글 하면 유대인을 빼놓을 수 없다. 베이글의 유래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지만 동유럽에 거주했던 유대인, 즉 아시케나지 유대인들이 만들었다는 게 정설로 굳어지고 있다. 미리암 웹스터 사전에 따르면 베이글(bagel)이라는 이름은 이디시어(語)(아시케나지 유대인들이 사용했던 언어로 히브리 문자를 사용하며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쓴다) ‘베이글(beygl)’에서 나왔으며 이는 또 ‘반지’ ‘고리’를 뜻하는 중세 고지(高地) 독일어 ‘뵈우겔(bougel)’에서 유래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동유럽 유대인 속담에 ‘베이글 세 개는 먹어야 배부르다’라는 말이 있는 것으로 보아 초기 베이글은 크기가 작았던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렌더스 베이글이 1950년대 냉동 베이글 유통을 시작했을 당시만 해도 베이글 한 개의 무게는 60g 안팎이었다. 동유럽 가난한 유대인들이 반죽을 아끼기 위해 빵 가운데 구멍을 냈다는 이야기도 있다. 오늘날 유통되는 베이글 1개의 무게는 90~150g이다.

19세기 후반 아시케나지 유대인들이 미국, 캐나다 등으로 넘어오면서 베이글을 전했다. 특히 유대인 인구가 많았던 뉴욕과 몬트리올에선 베이글이 빠르게 퍼져나갔으며 이제는 두 도시를 대표하는 먹거리가 됐다.

몬트리올 베이글은 뉴욕 베이글에 비해 크기가 작고 구멍이 더 크다. 굳이 원조의 맛을 따지자면 몬트리올 베이글이 베이글 원형에 가깝다고 할 수 있을까. 보통 꿀이 들어간 끓는 물에서 반죽을 익히기 때문에 뉴욕의 베이글보다 더 단맛이 나며 마무리 단계에서 깨나 양귀비 씨를 뿌리기도 한다. 페어마운트 베이글과 생 비아토 베이글은 몬트리올을 대표하는 베이글 가게이자 영원한 맞수다. 페어마운트 베이글은 지난 1919년 몬트리올에서 처음 베이글 가게를 연 몬트리올 베이글의 원조라고 할 수 있고 몬트리올 시내에 여러 지점을 갖고 있는 생 비아토 베이글은 올해 60주년을 맞았다.

베이글은 미국에선 일찍부터 대량화의 길을 걸었다. 피너클푸즈 등과 같은 대형 식품회사들이 베이글을 대량 생산하고 냉동 베이글을 판매하는 게 일반화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뉴욕은 베이글의 도시답게 차별화된 맛을 자랑하는 베이글 가게가 곳곳에 박혀 있다. 에사 베이글, 머레이 베이글 등이 뉴욕의 대표적인 베이글 맛집으로 이름이 높다.

유회경 기자 yoolog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