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공식 인정한 것은 한반도 정세의 새 국면 진입을 의미한다.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은 4일 공식성명을 통해 “미국은 더욱 강력한 조치로 북한의 ICBM 시험에 대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면서, 대북(對北) 제재에 불성실한 나라는 ‘북 정권 지원국’이라고 규정했다. 발사 직후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추정 등 다소 혼선이 있기도 했으나, 결국 ICBM으로 평가됐다. ICBM 완성 판단 기준은 5500㎞ 이상의 사거리, 섭씨 7000∼8000도를 견딜 수 있는 대기권 재진입 기술, 500㎏ 이상 탄두 장착 능력, 정밀 유도 기술 등 4가지다. 북한은 이번 ICBM 시험발사로 마지막 유도 기술을 제외한 3가지 조건을 충족시킨 것을 과시했다. 북한은 5일 ‘대형 중량 핵탄두 장착이 가능한 대륙간탄도로켓’ 탄두부의 대기권 재진입 및 단 분리 기술을 최종 확증한 것이었다고 주장했다.

북한이 ICBM을 발사한 것으로 판명된 이상, 이제 미국은 가만히 있을 수 없게 됐다. 첫째, 북 ICBM은 미 본토 공격이 가능한 ‘게임 체인저’이기 때문이다. 둘째, 미국은 그동안 6차 핵실험과 ICBM 발사를 ‘레드라인’으로 간주해 왔다. 셋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ICBM을 갖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호언장담했는데, 이번 도발로 체면이 손상됐다. 넷째, 그러지 않아도 오토 웜비어 사건으로 부글거리던 미국 여론에 기름을 부은 셈이 됐다. 이에 미국은 군사력을 한반도 주변에 추가 배치하고, 세컨더리 보이콧 등 더 적극적이고 강력한 대북 제재를 실행할 것이다. 군사적 옵션도 다시 적극 고려되기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대한민국이다. 북 ICBM은 물리적으론 미국을 겨냥한 것이지만 정치적으론 한국을 겨냥한 것이다. 북 ICBM은 미 본토를 핵 공격하겠다는 협박으로 미국의 개입을 막고, 그 사이에 한국을 접수하기 위한 대남 전략무기이기 때문이다. 비상한 대응이 화급하다. 군사적 대응은 최후의 옵션인 만큼 ‘공세적 전면 봉쇄’ 전략으로 화급히 전환할 필요가 있다. 우선, 미사일 추가 도발에 대비해 격추 태세를 갖춰야 한다. 둘째, 한·미·일 동맹으로 군사적 억제력을 강화해야 한다. 셋째, 국제 공조를 통해 중국이 대북 원유 공급 중단 등 강력한 대북 제재를 실천하도록 강제해야 한다. 근원적으로, 북한 체제 변화 전략에 적극 나서야 한다. 김정은 체제가 흔들릴 정도의 압박이 필요하다. 핵탄두 장착 ICBM이 실전 배치되는 재앙을 막기 위해 총력을 기울여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