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安全 투자도 복지 사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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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운 한국교통연구원장

며칠 전 서울지하철 2호선이 강남역에서 고장으로 멈춰 서는 바람에 출근길 대혼란을 초래했다. 같은 날 뉴욕시에서도 지하철 2량이 탈선하는 사고로 승객 36명이 부상했다. 모두 지하철 노후화가 원인인 것으로 추정된다. 우리는 2003년 대구 지하철 화재 참사 이후 지하철 안전(安全)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을 늦추지 않고 있다. 지하철 내장재를 전면적으로 바꾸고 스크린도어를 설치하는 등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아직도 심심치 않게 고장을 일으키는 지하철은 시민을 불안하게 한다. 그 빈도가 점점 잦아지는 추세라면 앞으로가 더 걱정이다. 단순한 고장에도 깜깜한 터널 안에서 승객들이 겪는 혼란은 심각하지만, 이것이 대형 인명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점에서 철두철미한 대응책 마련이 절실하다.

1974년에 최초로 서울지하철 1호선이 개통된 이래 현재까지 전국의 도시철도는 23개 노선에 671㎞를 운행하고 있다. 대개 전동차량은 20년을 넘기면서 점차 고장이 많아진다. 2012년 41건이던 지하철 운행 장애는 2016년에 57건으로 대폭 늘었으며, 그중 70% 정도는 25년 이상 운행된 차량에서 발생했다. 현재 국내 도시철도 차량 총 5760량 가운데 25년이 넘는 차량이 40%에 이른다는 점도 불편한 사실이다.

문제는, 지금과 같은 도시철도 운영기관들의 경영 여건에서 노후 차량이나 시설 개량을 위한 투자가 적절하게 이루어지기를 기대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향후 5년간에 노후 차량과 시설을 개량하려면 1조7500억 원이 소요돼 해마다 3500억 원이 필요한 것으로 추산된다. 운영기관 스스로 경영 개선의 구조조정과 자구 노력을 필수적인 전제로 하더라도 그 소요 재원이 워낙 막대하다 보니 임시방편적인 미봉책으로 시간만 끌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시각이 많다.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막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어 우려스럽다. 추호라도, 당장 무슨 일만 없으면 된다는 ‘폭탄 돌리기 게임’과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면 매우 심각한 일이다.

사실, 도시철도 운영기관들은 해마다 증가하는 고령자 무임승차 부담 손실분 외에도, 정부 차원에서 물가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요금 인상의 현실화도 어렵다 보니 이중고로 연간 총 8000억 원 이상의 적자까지 내고 있다. 노후화 차량과 시설의 재투자를 위한 막대한 재원을 마련하기에는 구조적으로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따져보면, 고령자 무임승차로 인한 운임 손실분은 연간 5000억 원을 웃돌고 있으므로 차량과 시설 재투자를 위한 재원보다도 훨씬 많은 수준이다. 바꾸어 말하면 무임승차제를 일부 축소한다면 신규 차량 및 시설 개량을 위한 재원을 마련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고령자 무임승차 제도를 축소하거나 폐지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도시철도의 노후 차량과 시설 문제에 미온적으로 대처할 수도 없는 게 현실이다.

국가 복지정책의 일환인 고령자 무임승차의 손실분조차 정부가 보전해주지 않고 있기 때문에 지하철 안전을 위한 재투자를 위해서는 일부 국고 지원이 필요하다고 본다. 정부는 도시철도를 건설하는 경우 40∼60%의 국고 지원을 하고 있는데, 교통시설특별회계법에 따라 앞으로 노후 차량과 시설의 재투자를 위해서도 적정 수준의 국고 지원 방안을 적극적으로 마련해야 할 것이다. 매일같이 약 700만 명의 시민이 이용하고 있는 지하철은 공공안전을 우선적으로 담보해야 하며, 이용객들이 아무런 걱정 없이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 안전한 지하철이야말로 국민을 위한 교통 복지의 기본이기 때문이다.

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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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安全 투자도 복지 사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