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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순수 국내 기술 제작… 2인승 경항공기 ‘KLA-100’

최장 6시간 비행… 中까지 가능
1억7000만원… 외국보다 저렴

이재우(55) 건국대 항공우주공학과 교수가 이끄는 ‘건국대 스포츠급 경항공기 개발 연구단’이 개발한 ‘KLA-100’은 민간항공기 분야에서 순수 국내 기술로 제작된 최초의 2인승 스포츠급 경항공기다. 2010년 국토교통부의 항공선진화사업 ‘레저용 경항공기 국산화 개발사업’을 수주한 건대 경항공기개발단과 함께 민간 기업 ㈜베셀, 퍼스텍㈜ 등 총 7개 기관이 개발에 참여했다. 연구개발비 279억 원(정부 213억 원·민간 66억 원)이 투입됐다.

KLA-100은 건대 개발단의 설계를 바탕으로 레저용 경항공기 국산화 개발사업의 세부 과제에 따라 베셀이 주축이 돼서 개발됐다. 퍼스텍은 기체에 탑재될 항공전자장치와 계기시스템 개발을 전담했다.

이 교수는 “베셀은 원래 LCD 패널을 제작하는 업체인데, 대표가 향후 중국에 시장을 내줄 것 같다는 위기감으로 미래 먹거리를 고민하던 찰나에 경항공기 분야를 눈여겨봤다”며 “앞으로 10년간은 적극적으로 투자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쳐 함께 개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KLA-100은 가볍고 강한 전기체 복합재 구조물로 만들어진 기체다. 최대 이륙중량은 600㎏이며, 최고 시속 230㎞로 지상으로부터 높이 4267m까지 비행할 수 있다. 항속거리는 1400㎞로 최장 6시간 동안 비행이 가능해 국내 전역은 물론 중국까지 갈 수 있다. 이 교수는 “경항공기는 보통 알루미늄으로 만드는데, 그런 경우 모양이 투박한 데 비해 KLA-100은 복합재 구조물을 적용해 굉장히 맵시가 있다”며 “대당 가격은 1억7000만 원, 즉 고급 스포츠카 정도에 불과해 외국의 동급 비행기 대비 저렴한 것도 장점”이라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경항공기는 위험하다’는 통념을 깨기 위해 설계 때부터 안전성 확보에 주력했다. KLA-100은 회전·회복 특성을 강화해 비행 시 진동에 강한 것이 특징이다. 동력 없이 활공할 수 있고 비상시 인명 피해를 막기 위해 낙하산도 탑재했다. 또 탄소섬유 소재로 만들어 바다에 착륙하더라도 가라앉지 않는다. 대개 대형 항공기에 적용하는 ‘오토 파일럿’ 기능, 즉 자동비행장치도 추가해 조종사의 운전 부담도 줄였다.

KLA-100은 이미 수출 라인까지 확보된 상태다. 개발 단계에서부터 기술협력 관계를 유지해온 독일의 ‘플라이트 디자인(FD)’사가 KLA-100 양산 시 유럽 쪽 판매를 전담하기로 했다. 내년에는 20대, 2027년까지 150대를 생산해 5년 단위로 북미·유럽 시장을 중심으로 판매 비중을 늘려갈 계획이다. 2022년 50대, 2027년에는 100대까지 수출하는 게 목표다.

이 교수는 장기적으로는 동유럽·동남아시아권의 개발도상국들도 KLA-100의 수출 무대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미 인도네시아·베트남·미얀마·우즈베키스탄 등 국가 출신의 학생들이 이 교수에게 학문을 배운 뒤 고국으로 돌아가 자국 항공기 산업을 이끌고 있다. 이 교수는 문화 부문의 한류 열풍이 KLA-100 수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불러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친구들이 대한민국 정부 사업으로 제작된 비행기면 자국 수요는 자신 있게 책임질 수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항공기 분야도 한류 열풍이 불 날이 그리 멀지 않았습니다.”

김성훈 기자 powerkimsh@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