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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토연구원 세미나

“주민 반발 부딪힐 가능성 커”
“도시재생은 대도시위주 정책
지방분권형 균형발전과 모순”

“도시재생을 통해 매년 5만 가구의 임대주택을 공급한다고요? 도시재생 지역에서 매입임대주택 공급을 추진한 적이 있는데 (주민들이) 난리가 났습니다. 재생한다더니 왜 임대주택을 집어넣느냐는 거죠.”

4일 국토교통부 도시재생사업기획단 출범으로 50조 원의 대규모 자금이 투입되는 문재인 정부의 공약 1호 ‘도시재생 뉴딜사업’이 시동을 건 가운데, 같은 날 대한상공회의소에서 ‘도시재생과 주거안정’을 주제로 열린 국토연구원 주최 세미나. 이 자리에서 도시재생 전문가들은 “성숙기에 접어든 국내 건설시장 상황 등을 감안하면 도시재생이 시대적 흐름”이라면서도, 추진방식·대상·실효성에 대해서는 우려섞인 목소리를 쏟아냈다.

천현숙 국토연구원 주택정책연구센터 연구위원은 “새 정부의 매입·임차형 공공임대주택 공급계획 6만 가구 중 도시재생을 통한 5만 가구 공급이 가능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도시재생 지역의 낡은 주택을 정비해 매년 5만 가구의 공공임대주택으로 공급하겠다는 게 공약 내용이었는데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류훈 전 서울시 주거사업기획관 역시 “100% 동의한다”며 “재생지역 주택을 매입해 임대한 적이 있는데 왜 재생한다더니 임대주택을 집어넣느냐고 난리가 났다”고 말했다. 주민 반대에 부딪힐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인구감소가 나타나고 있는 지방 중소도시에도 도시재생을 적용하는 게 타당한지 의문이라는 의견도 제시됐다. 이왕건 국토연구원 도시재생연구센터장은 “도시재생은 개발수요가 있다는 가정하에서 출발하는 대도시 중심 정책”이라며 “인구감소가 나타나고 빈집이 증가하고 있는 농어촌 중소도시에도 이 방식이 가능할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정창무 서울대 건설환경공학부 교수는 “대도시에서 도시재생을 하면 돈 다 쏟아 넣으니 (도시가) 살기 좋아지고 지방에서 (대도시로) 올라온다”며 “분권형 균형발전을 얘기하면서 대도시 위주로 도시재생을 추진하는 건 국가가 정신분열증을 앓고 있는 셈 아니냐”고 비판했다.

전문가들은 도시재생 절차가 복잡하고 전문 인력도 부족하다는 지적도 내놨다. 김세용 고려대 건축학과 교수는 “연구해보니 향후 4~5년 간 8000명이나 되는 도시재생 전문인력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다”며 “500개 사업이 추진됐을 때 누가 할 거냐, 이 문제가 지금 심각하게 대두된다”고 말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추진 동력이 떨어질 수 있어 대통령 직속 기구 등 지금보다 더 강력한 컨트롤타워가 필요하고, 젠트리피케이션 방지 등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전월세상한제나 계약갱신청구권 조기 시행 등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박수진 기자 sujininva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