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조각(組閣) 작업이 취임 54일 만에 일단 끝났다. 문 대통령은 보건복지부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후보자를 3일 발표함으로써 17개 부처 장관에 대한 인선을 마쳤다. 물론 인사청문회 및 임명 절차가 완료되지 않은 부처가 4일 오전 현재 9곳이다. 인수위원회 없이 출범한 것을 고려하더라도 인선 속도가 너무 늦고, 면면도 국민 기대에 못 미친다. 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능력과 적재적소 인사를 대원칙으로 삼겠다”면서 “저에 대한 지지와 상관없이 유능한 인재를 삼고초려해 일을 맡기겠다”고 하는 등 ‘대(大)탕평 인사’를 약속했지만 결국 빈말에 그쳤다.

17명의 장관 또는 후보자 중 김동연 경제부총리와 강경화 외교부 장관을 제외한 15명이 대선 캠프와 노무현 정부 출신이다. 장관급 위원장들까지 포함하면 더 많다. 삼고초려는커녕 코드 인사, 보은 인사를 걱정해야 할 판이다. 자칫 ‘집단사고’에 빠져 박근혜 정부처럼 ‘아니요’라고 말할 사람이 없을지 우려된다. 교수 출신도 6명이다. 시민단체 출신도 많다. 청와대 참모를 포함하면 더 그렇다. 경험에 비춰 보면 해당 분야 전문성은 있다 치더라도 국정 경험, 조직 통솔, 종합적 사고 등에서 많은 문제가 드러난 바 있다. 산자부 장관에 지명된 백운규 한양대 교수는 선거 캠프에서 에너지 전문가로 문 대통령의 ‘탈(脫)원전’ 밑그림을 그렸다. 신재생에너지 전문가가 4차 산업혁명 전반과 기업 전략 및 통상 능력을 갖췄는지 의문이다. 복지부 장관에 내정된 박능후 경기대 교수는 노무현 전 대통령 은사의 아들로 문 대통령 후보 시절 연구 모임의 일원이었다. 이 분야 대외 활동이 없어 복지부에서조차 파악하는 데 애를 먹었다고 한다.

내각 전체의 도덕성도 걱정해야 할 지경이다. 문 대통령이 스스로 내건 ‘공직 배제 5원칙’에 해당되는 인사가 수두룩하다. 국가관·도덕성과 법치 인식에 결함이 있어 ‘부적격’인 인사도 많다. 그럼에도 문 대통령은 심각한 부적격 3인으로 분류된 김상곤 교육, 송영무 국방, 조대엽 고용노동 장관 후보자까지 임명을 강행할 태세다. 마침 자유한국당의 홍준표 신임 대표, 국민의당 안철수 전 후보 등이 법적·정치적 곤경에 처해 있어 견제도 쉽지 않다. 무엇보다 걱정되는 것은 ‘종합적 국정 운영’ 경험이 없거나 그런 역량을 검증 받지 않은 장관 및 청와대 참모들이 ‘일면적 정책’을 실험하듯 밀어붙이는 일이다. 이미 그런 위험한 조짐이 많이 보인다. 이런 경향은 결국 국정 불안(不安)과 혼란을 야기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