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방문을 마치고 2일 귀국한 문재인 대통령은 앞으로 남북 대화 등 적극적 대북 행보에 나설 의향을 밝히고 있다. 문 대통령은 자신의 구상에 대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설명하고, 양해도 받은 것으로 판단하는 것 같다. 그러나 반은 맞고 반은 틀릴 수 있어 신중한 행보가 필요하다.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첫 정상회담은 예상대로 ‘동맹 과시는 최대화, 갈등 노출은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정리됐기 때문이다. 두 정상의 생각과 스타일 차이를 고려할 때, 다행스러운 결과다. 그러나 양국 입장을 잘 포장한 외교적 수사(修辭)의 이면에는 단순히 방법론의 차이로만 보기 어려운 근원적 차이가 있어 이를 간과해선 안 된다.

문 대통령은 2일 귀국 인사를 통해 “한반도 문제를 우리가 대화를 통해 주도해 나갈 수 있도록 미국의 지지를 확보했다”고 선언했다. 지난달 30일 발표된 정상회담 공동성명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한반도의 평화통일 환경을 조성하는 데 대한민국의 주도적 역할을 지지했다”고 기술돼 있으니 틀린 주장은 아니다. 그러나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말처럼 주도권의 실체는 불분명하다. 우선, 제재와 대화의 병행은 좋은 ‘목표’이지만, 별다른 의미가 없는 표현이기도 하다. 각자 편한 대로 어느 쪽을 선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미 공동성명에는 “북한이 진지하고 건설적인 대화의 장으로 복귀하도록 최대의 압박을 가해나가기 위해 기존 제재를 충실히 이행하며 새로운 조치를 시행하기로 했다”, “올바른 여건하에서 북한과의 대화의 문이 열려 있다”고 돼 있다. ‘올바른 여건’에 대한 생각이 전혀 다를 수 있다. 또, 문 대통령은 언론 발표문에서 “제재와 대화를 활용한 단계적·포괄적 접근”을 강조했지만, 문 대통령이 대화 입구로 제시한 ‘북핵 동결’을 놓고도 수많은 해석이 가능하다.

미국 입장은 선명하다. 최대한의 제재와 압박을 통해 북한의 비핵화 가능성을 확인한 토대에서 대화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중국 단둥은행을 돈세탁 우려 기관으로 지정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문 대통령은 ‘어느 정도의 성의’ 만 확인되면 대화에 나설 태세다. 대화 자체를 봉쇄할 필요는 없지만, ‘무의미한 대화’나 ‘대화에 대한 보상’은 북한에 시간과 돈만 제공할 뿐임을 그간의 실패한 대북 협상이 잘 보여준다. 문 정부는 외교적 수사에 만족해 정상회담 성공 등으로 들뜨지 말고, 확고한 대북 원칙을 견지해야 한다. 특히, 과거 핵·도발을 ‘사면’해줄 것 같은 환상을 북에 심어줘선 결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