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첫 만남은 예정보다 더 긴 시간 동안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고 한다. 한·미 정상은 워싱턴 백악관에서 29일 오후 진행된 만찬 행사를 통해 한·미 동맹 강화와 북핵 해결을 위한 공조 의지를 과시했다. 당연하고 다행스러운 일이다. 문 대통령도, 트럼프 대통령도 현란한 표현으로 서로를 치켜세우는 등 개인적 유대도 확인함으로써 30일 공식 정상회담은 물론 앞으로 정상간 공조의 기초를 닦았다.

문 대통령은 장진호전투 기념비 헌화로 공식 일정을 시작하는 등 ‘한·미 동맹의 재확인’에 나섰다. 미 상·하원 지도부 인사들과 회동에서는 사드 배치 번복 의사가 없음을 재차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그러면서도 북핵 문제는 대화를 통해 풀 것임을 거듭 강조했다. 방미 기내 간담회에서 “북핵 동결을 대화의 입구(入口)라고 생각한다면 거기에 대응해 무엇을 줄 수 있을 것인가 긴밀히 협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북한이 핵·미사일 시험을 중단할 경우 한·미가 제공할 카드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과 의논하겠다는 의지다.

그런데 문제는 문 대통령의 남북 대화 의지가 미국 대북 압박 기류와 배치된다는 점이다. 미국 행정부는 한·미 정상회담 직전에 강력한 대북 압박 조치를 내놨다. 문 대통령의 ‘입구’ 발언이 무색해졌을 정도다.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 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군사 옵션을 포함해 다양한 옵션을 준비할 것을 지시했다”고 공개했고, 스티브 므누신 재무장관은 “북한이 적절하게 행동할 때까지 돈줄을 차단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의지가 확고하다”고 전했다. 재무부는 북한과 불법 거래를 이유로 중국 단둥은행을 돈세탁 우려 기관으로 지정했다. 미국의 이 같은 움직임은 대화로 문제를 풀려는 문 정부에 대한 경고다.

이런 엇박자는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인식차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이 ‘뻥’이라고 생각하지만, 미국은 “임박한 위협이자 중대한 위협”이라고 본다. 미국이 최대한의 대북 압박에 나서고 있는데, 북핵 동결을 위한 보상책을 제안한다면 2001년 김대중-조지 W 부시 간 실패한 정상회담을 반복하게 된다. 한·미 정상회담 공동성명엔 동맹에 대한 백 마디 화려한 수사보다 임박한 북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인식 공유와 공동 대응책이 담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