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수서고속철도(SRT) 운영사인 ㈜SR를 코레일에 통합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철도산업의 공공성 강화를 강조해왔기에 예견된 일이었다. 하지만 5년여 논란 끝에 지난해 12월 ‘철도 경쟁’의 첫 단추를 뀄으나 반년 만에 없던 일로 하려 한다. 이미 탈원전, 성과연봉제 폐지 등 이전 정부의 정책을 완전히 뒤집는 정책들이 하루가 멀다하고 나온 터다. 이런 조치들은 국민을 혼란스럽게 하고 부담을 늘리는 등 국민만 더 힘들게 할 뿐이다.

대통령 후보가 정권을 잡으면 공약을 실행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국민 편익은 외면한 채 특정 단체에 휘둘린 공약은 경우가 다르다. ‘코레일·SR 분리’는 각자가 경쟁하면서 국민 편익을 극대화하려는 취지에서 도입됐다. 실제로 SR가 개통된 이후 적잖은 변화들이 나타나고 있다. SR가 10% 싸게 운임을 책정하자 코레일도 마일리지 제도로 응수했고, 객실 서비스 경쟁도 불붙기 시작했다. 경쟁이 국민에게 가져다준 선물이다. 반면 방만 경영, 파업 등 코레일의 고질적 병폐는 크게 개선되지 않고 있다. 독점 공기업이 공공성을 담보한다는 보장도 없다. 그런데도 이를 백지화하려 한다면 국민 편익은 안중에도 없다는 얘기 아닌가.

철도산업은 국가 기간산업이다. 안보와도 밀접하다. 각국 정부가 철도정책을 결정할 때 사회적 합의를 중시하며 공을 들이는 이유다. SR 탄생도 일각의 반대 여론은 있었지만 여론 수렴 과정을 통해 나온 산물이다. 당시 정부는 민간에 SRT 운영을 맡기려 했으나 코레일과 철도노조의 반발로 코레일 자회사로 출범시켰다. 민영화는커녕 최소한의 경쟁 체제로 미봉했다는 얘기다. 이런 정책마저 하루아침에 원위치로 돌리는 건 국민에 대한 5년짜리 정권의 도리가 아니다. 정책 존폐의 잣대는 국민이어야지 정권 지지자여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