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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근 경기도 행정2부지사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로 발생한 중국과의 관계 위기는 사실 우리나라 단독으로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북한의 핵·미사일 문제를 둘러싼 미국과 중국, 러시아, 일본의 이해(利害) 각축과 미·중 간의 전략적 대립이 그 밑바탕에 깔려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드 문제로 불거진 한·중 양국의 갈등은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체제 구축이라는 과제가 해결되지 않고는 근본적인 해결이 쉽지 않다.

지금까지 한·중 두 나라는 경제적 협력에만 치중해 경제 이외 분야의 근본적 신뢰를 공고히 하지 못했다. 최근 새 정부 출범 후 북핵(北核) 문제 등 사드 배치와 관련된 적극적인 협력 외교를 추진함으로써 한·중 관계의 해빙 무드가 기대되고 있다. 따라서 경기도의 대중(對中) 외교·통상 전략도 새로운 전환이 필요한 때다.

한·중 수교 이후 양국 간 경제적·인적 교류는 빠른 속도로 증가해 왔다. 중국과의 교역액은 1992년 60억 달러에서 2016년 2114억 달러로 35배나 늘었다. 우리의 대중 수출액은 대미·대일 수출액 총액을 넘어섰으며, 한국은 중국 대외 교역 총액 가운데 7%를 차지하는 3대 교역 상대국으로 부상했다. 특히, 경기도의 대중 수출액은 전체 수출액의 35.7%에 이르며, 인적 교류는 지난해 연간 1000만 명을 넘어섰다. 중국의 우회적 제재로 드러난 한·중 경제 협력의 체질 개선 과제들, 즉 법과 제도에 입각한 협력보다는 ‘관계’를 중시한 전략, 유커 등 특정 고객에게 편중된 판매 전략 등은 앞으로 우리가 풀어야 할 과제다.

경기도는 중국의 경제 보복에 발 빠르게 대응하기 위해 ‘경기도형 외교·통상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번 사드 사태에서도 경제 피해 최소화와 원활한 무역 환경 조성을 위해 관계기관 합동 통상 현안 점검 회의를 수차례 개최하고, 대중 관계 정상화를 위한 선제 대응, 통상·투자 유치 다변화, 탄력적 대응 체계 구축을 핵심으로 하는 ‘탈(脫) 사드 외교·통상 전략’이 가동 중이다.

이에 따라 경기도는 오는 8월 초에 ‘충칭(重京) 경기 비즈니스센터’를 열어 도내 기업의 중국 내륙 시장 진출 지원에 나선다. 이어서 8월 말에는 지린(吉林)성에서 열릴 ‘한·중·일 지방정부 회의’와 ‘동북아 박람회’에 대표단을 파견해 경색된 한·중 간 경제 외교 협력의 전기(轉機)를 만든다는 방침이다. 이 밖에도 올 하반기 중으로 ‘한·중 경제인 포럼’을 통해 양국 기업인과 전문가가 모여 교착된 한·중 경제 상황에 대한 대응 방안을 모색하고, 11월에는 중국의 경제 및 농업 분야 전문가 초청 연수를 진행해 경제, 농산물 가공 산업의 인적 네트워크를 구축할 계획이다.

사드 배치를 둘러싼 한·중 양국 간의 갈등 같은 일은 언제든지 다시 일어날 수 있는 문제다. 특히, 지금까지와 같이 시장 수요와 가격 경쟁력만으로는 실질적인 경제 협력을 지속하기는 어렵다. 한·중 두 나라는 평화 공영을 함께 이뤄 가야 할 숙명적 이웃 나라이며, 양국 간 협력은 상대국에 대한 충분한 이해와 신뢰에 뿌리를 두어야만 대내외 변수와 충격을 슬기롭게 극복해 나갈 수 있다.

이제는 매력적인 시장을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함과 동시에 그들의 구심력에 좌지우지되지 않는 냉철한 대중 전략이 필요한 때다. 경기도는 앞으로 ‘실사구시’(實事求是·사실에 토대를 두어 진리를 탐구함)와 ‘여시구진’(與時俱進·시대의 흐름에 맞게 나아감)의 자세로 실리적이고 현실적인 대중 전략을 펼쳐 나갈 것이다. 그래서 양국 간 진정한 우호 교류를 구축하고, 한·중 두 나라 국민이 상호 협력과 선의의 경쟁을 펼칠 수 있는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