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여곡절 끝에 송영무 국방장관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28일 열렸다. 의석 합계 167석인 야 3당이 이미 드러난 사실만으로도 ‘부적격’으로 판단한 것은 타당하다. 그래도 합법적 절차로서 진행되는 청문회를 지켜봐야 하는 국민은 참담하다. 문제점투성이 후보자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의 대응 방식이다. 철저하고 세밀한 검증은 국회의 책무다. 정권 핵심이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던 사실을 알아내 부적격자를 걸러내면 오히려 고마워해야 할 일이다. 그런데 국회와 언론이 찾아낸 의혹의 본질은 보지 않고 의혹을 입증하는 자료의 유출 경로를 문제 삼으며 ‘적폐 세력의 음모’‘기득권층의 저항’이라고 한다. 적반하장(賊反荷杖)에 후안무치(厚顔無恥)가 겹쳤다.

송 후보자의 경우, 방산업체와 로펌의 고액 자문료, 위장 전입 4차례, 군 비리 은폐 의혹만으로도 ‘무(無)자격’이다. 여기에다 1991년 중령 시절 음주운전 은폐 의혹까지 불거졌다. 게다가 송 후보자는 청와대 사전 검증 과정에서 이런 사실을 밝히지 않았다. 음주운전 당시에도 헌병대가 조사 없이 종결 처리해 몇 달 뒤 송 후보자는 대령으로 진급했다고 한다. 이 정도면 당사자는 사퇴하고, 청와대는 인사 추천·검증 실패에 대해 통렬히 반성하는 게 당연하다.

그러나 권력 핵심의 반응은 정반대였다. 청와대 관계자는 ‘음주 사건’ 폭로와 관련, “사찰을 하지 않으면 알 수 없다”며 유출 경위를 문제 삼았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개혁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있는 전·현직 인사들이 조직적으로 낙마 작전을 펼치고 있다면 좌시 않겠다”고 했다. 지난 16일 자진 사퇴한 안경환 법무장관 후보자의 경우, ‘혼인무효소송 판결문’을 놓고 ‘법원과 검찰의 개혁 저지 세력 음모’라고 했었다. 권부 분위기가 이렇다 보니 조대엽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는 국회에 인감증명서를 발급해준 주민센터를 찾아가 항의하는 어이없는 일까지 일어났다. 야당 시절 민주당은 ‘내부 고발’ ‘공익 제보’등으로 찬양했었다. 여권이 대오각성하지 않으면 인사 참사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