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숙련된 작업자의 손길 27일 경기 평택시 진위면 LG전자 칠러 공장에서 기능직원이 핵심 부품인 열교환기를 용접하고 있다. LG전자 제공

- LG전자 평택 칠러공장 르포

물 냉각시켜 찬 공기로 전환
산업용 대형 냉방장치 생산
용접로봇 투입 오차율 최소화
16조 규모 글로벌 시장 진출

‘조선소 같은 가전 공장’

27일 오후 경기 평택시 진위면 LG전자 칠러 공장. 생산 동 입구에 들어서자 대형 크레인 10대가 한눈에 들어왔다. 최대 50톤짜리 부품을 들어 올리는 크레인들은 축구장 4개를 합친 면적에 달하는 작업장 곳곳에 서 있었다.

공장 실내는 마치 조선소를 압축판으로 옮겨놓은 듯했다. 흔히 가전 공장 하면 떠올리는 컨베이어벨트는 눈에 띄지 않았다. 크레인 아래에는 공정마다 작업자 여러 명이 한 조를 이뤄 덩치 큰 칠러 부품을 일일이 손으로 조립하고 있었다.

칠러는 발전소와 대형쇼핑몰 등 산업용 시설 내부 냉방에 쓰이는 장비다. 물을 차갑게 만들어 차가운 공기로 바꿔주는 과정에서 주로 사용된다. 칠러가 지하 공간에 저장된 물을 차갑게 식히면 이 물은 건물 천장을 도는 파이프로 보내진다. 이때 찬물이 든 파이프에 팬을 돌려 찬 공기를 만들어 실내로 유입하는 원리다.

칠러는 냉각기와 열 교환기 등 핵심 부품이 하나로 구동되는 구조다. 시스템 에어컨과는 규모에서 크게 차이난다. 가정용과 상업용 건물에 쓰이는 시스템 에어컨과 달리 칠러는 산업용에 폭넓게 쓰인다. 냉방 방식에서도 시스템 에어컨은 개별 공간을 단독 제어하지만 칠러는 수십 만㎡에 이르는 공간을 한 번에 제어한다.

전 세계 칠러 시장은 140억 달러(약 16조 원)규모다. 미국의 트레인, 요크, 캐리어 3대 메이저 업체가 점유율 50%로 과점하고 있다. LG전자는 기업간거래(B2B)시장을 겨냥한 칠러 사업을 새 수익원으로 삼고 매년 10% 이상 매출을 늘릴 계획이다. 이를 위해 전주에 있던 칠러 공장을 지난해 11월 평택으로 확대 이전하는데 약 2000억 원을 투자했다.

자신감을 가지는 부문은 부품경쟁력이다. 칠러는 100% 주문제작 방식이다. 숙련된 작업자들이 제품 전체 공정을 도맡는 셀 방식으로 생산된다.

오차율을 줄이는 비결은 공정자동화다. 칠러는 제품에 따라 용접 위치가 달라 공정 자동화가 까다롭다. LG전자는 세계 최고 수준의 용접 품질을 위해 용접로봇을 생산현장에 투입했다.

고명해 LG전자 칠러생산팀장은 “로봇을 이용하면 수작업보다 용접 품질이 균일하다”며 “용접을 마친 부품들은 모두 엑스레이 검사로 검수한다”고 말했다.

최근 LG전자의 칠러는 대형쇼핑센터인 스타필드 하남과 복합리조트 파라다이스시티에 공급됐다. 올들어 해외 프로젝트도 잇달아 수주했다. 지난 4월 베트남 화력발전소에 이어 두바이 대규모 상업지구인 수크와산빌리지 프로젝트에도 일괄 공급된다.

평택 = 권도경 기자 kw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