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금융전문가 존 버넷 기고
“이재용 부회장 유죄판명땐
美 투자자·경쟁업체 반길것”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사태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재판 등) 지금의 혼란으로 삼성그룹이 위축된다면 더 많은 ‘론스타’가 초단기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한국으로 몰려올 것이다.”

미국 월가에서 25년간 일해온 금융 전문가 존 버넷이 26일(현지시간) 자유주의 계열의 인터넷 신문인 허핑턴포스트에 이 같은 글을 기고해 재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버넷은 이 글에서 “투자자들은 이 부회장 재판 진행 결과가 유죄로 판명이 날 때 (삼성그룹에) 어떤 변화를 몰고 올지를 주목하고 있다”면서 “결국 이런 상황을 가장 반길 쪽은 미국 투자자와 경쟁 업체들”이라고 지적했다. 경영 컨설턴트인 그는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를 자회사로 둔 맥그로힐 파이낸셜을 비롯해 세계적인 금융그룹인 씨티·메릴린치·모건스탠리 등에서 위험관리와 지배구조·준법감시 전문가 등으로 활동해 왔다.

그는 특히 “한국인들은 미국 투기자본인 론스타가 2000년대 초반에 자국에서 엄청난 이익을 챙기고 떠난 것을 잊지 못하고 있다”고 전제한 후 “지금까지 전대미문의 기록을 세워온 삼성의 실적과 위상이 (총수 재판의 영향으로) 추락한다면 한국은 론스타와 같은 행동주의 투자가들의 엄청난 압력 앞에 놓이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보호무역주의 태동 등 격변하는 국제 정세 속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해외 투자자들이 한국 시장을 지켜보며 약해진 한국 기업들로부터 이익을 얻을 기회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음을 잘 알고 조심스럽게 상황을 다뤄야 한다”고 조언했다.

버넷은 엘리엇이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반대한 일을 환기하며 “엘리엇이 원하는 대로 됐다면 지금쯤 삼성전자는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분할되고 사업회사는 나스닥증권거래소에 상장돼 단기 이익을 추구하는 투자자에게 더 많은 기회를 제공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한국에 정통한 전직 관료 빌 리처드슨은 ‘한국의 새 정부가 과거 사건을 돌아보는 것보단 경제적 힘을 유지하고 전진하는 데 힘을 써야 할 때’라고 말했다”면서 “기존 한국적 모델은 불가능한 것처럼 보이는 어떤 것도 창조해 냈다는 평가를 국제적으로 받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관범 기자 frog7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