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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훈 연세대 교수, 현대한국학연구소장

문재인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기 위해 28일 미국으로 출국한다. 한·미 양국에서 새 정부가 출범한 후 처음으로 열리는 정상회담이다. 한·미 양국 간에 여러 현안이 있지만, 역시 이번 정상회담의 주된 관심사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해 두 정상이 일치된 대응 방안을 마련할 수 있을지 여부다.

한·미 양국 정상은 공통된 대북 인식을 과시하기 위해 북한의 비핵화를 촉구하는 성명서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추가로 유엔의 대북 제재 결의안 이행을 북한 당국에 권고할 수도 있다. 또, 문 대통령이 6·25 전쟁을 상징하는 장진호전투 기념비에 헌화할 계획이라니, 한·미 동맹에 대한 새 정부의 의지를 다짐하는 계기가 될 수 있어 다행이다. 모두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이번 정상회담의 성공 여부는 결국 사드(THAAD) 논란을 불식시키는 데 있다. 문 대통령은 최근 미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사드 배치 결정은 우리 한국과 주한미군의 안전을 위해서 한·미 동맹에 근거해 한국과 미국이 합의해서 결정한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럼에도 사드 문제가 한·미 양국 간의 쟁점으로 남아 있는 것은 환경영향평가와 사드 배치 과정 재조사가 아직 유효하기 때문이다.

미국민들은 북한의 위협 때문에 이미 상당히 격분된 상태다.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은 분명 미국 여론의 한계를 시험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에 대한 버락 오바마 정권의 ‘전략적 인내’ 정책이 끝났다고 여러 차례 언급한 바 있다. 북한의 ‘벼랑 끝 전술’은 몇 년 전만 해도 미국인들을 위협할 만한 요인이 되지 못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북한의 수사적인 위협을 뒷받침할 군사적 능력이 마침내 인정받기 시작한 것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북한에 억류됐다가 혼수상태로 풀려났던 대학생 오토 웜비어가 숨지자 미국 사회는 충격에 빠지는 동시에 김정은 정권에 대한 적개심(敵愾心)이 폭발하고 있다. 폭스뉴스가 진행한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인의 50% 이상이 북한 핵(核) 개발 저지를 위한 미국의 군사 공격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이 처한 가장 큰 위협이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북한이 IS(25%)보다도 높은 38%로 1위를 차지했다.

미국과의 동맹을 소홀히 해서 좋은 결과를 거둔 사례는 없다. 일본이 2009년에 자국의 정체성을 강조하며 ‘오키나와 후텐마 미군기지’ 이전 합의를 뒤집었다가 극심한 국론 분열에 시달렸고, 미·일 관계도 최악이 됐던 적이 있다. 중국은 이런 틈새를 노려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열도에 군함을 보내 ‘무력시위’를 하기도 했다. 필리핀 역시 반미 열풍에 힘입어 미 해군기지 및 공군기지를 1992년 말에 철수시켰지만, 결국 경제적으로 치명적인 후유증을 겪게 됐다. 대북관이 다르고 반미 시위가 빈번했던 ‘햇볕정책’ 시기에는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주한미군의 감축과 기지 하향 조정을 검토했었다.

국내 정치 변수를 극복한다는 차원에서, 문 대통령이 이번 미국 방문 중 △사드 논란을 불식시키고 △북핵 문제 해결 때까지 한·미 연합사령부(CFC)를 유지할 것을 확인하며 △일본과 호주에 이어 자유 진영 국제연대를 상징하는 미사일방어체제(MD) 참여를 적극 검토하고 △인류 보편적 가치에 해당하는 북한 인권 개선을 촉구하며 △한·미 동맹이 궁극적으로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통일에 대한 준비를 주목표로 삼을 것을 다짐한다면 이번 한·미 정상회담은 100%에 가까운 성공으로 평가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