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9~30일 열릴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에 한·미(韓美) 양국은 물론 주변국들의 관심도 집중되고 있다. 세계 최강의 군사동맹을 맺고 있음에도 한국의 진보 정권과 미국의 보수 정권이 만났을 때, 심각한 불협화를 노출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양국이 동맹 강화라는 방향에만 공감할 뿐, 구체적 방안에서는 이견이 클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그래서는 안 된다. 북한의 핵무기 개발이 2006년 1차 핵실험 이후 10여 년 만에 완성 단계에 진입함으로써 현재의 안보 위기가 과거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과는 그 차원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 대통령은 26일 전직 주미 대사 초청 간담회에서 “구체적 사안에 대한 성과 도출에 연연하지 않고, 트럼프 대통령과 우애와 신뢰를 쌓을 것”이라고 밝혔다. 사드 배치, 대북 전략 등 안보 의제들에 있어서 이견이 상당하며, 당장 이를 좁히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다는 것으로 들린다. 또, 무리하게 설득하거나 합의를 추구할 생각도 없음을 시사한다. 안보 동맹의 핵심은 대적관(對敵觀)의 일치다. 이것이 제대로 공유되지 않는 상태에서의 ‘우애와 신뢰’는 외교적 수사일 뿐임을 잊어선 안 된다. 이렇다 보니 미국 측에서 문 대통령의 대북 인식과 정책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것은 이상하지 않다. 문 대통령은 미 언론 인터뷰에서 “북한이 핵·미사일로 뻥치고 있다”고 말했다. 문정인 특보는 워싱턴에서 ‘한·미 연합군사훈련 축소’ 등을 거론했다. 노 전 대통령의 “북핵은 협상용”이란 언급을 연상시킨다. 미 상원의원 18명이 지난 18일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낸 서한을 보면, 미국 기류를 알 수 있다. 주요 내용은 사드 배치 촉진, 한·미 군사훈련 지속, 최대의 북한 압박 등이다. 한·미 정상회담에서 이런 방향으로 문 대통령을 설득하라는 주문인데, 문 대통령과 문 특보의 접근 방향과는 크게 다르다.

한국과 미국은 주권국가인 만큼 양국 견해가 완전히 일치할 수도 없고 그럴 필요도 없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최소 앞으로 3년 반을 트럼프 대통령과 한·미 동맹을 관리하며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이룩해 나가야 한다. 핵심은 북핵에 대한 단호함이다. 여기에는 입장차가 있을 수 없는 만큼 북핵 불용이라는 대전제 위에서 설득할 것은 설득하고, 양보할 것은 양보해 ‘사진 촬영’ 이상의 성과를 거두지 않으면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