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섭 “도와달라” 요청하자
“운영·의제 설정·회의진행 등
모든 것 긴밀하게 협의해야”

일자리 확대 정책을 두고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와 노동계가 표면상으로는 ‘힘겨루기’ 양상을 보이고 있지만, 전체적인 기류는 “지나치게 노동계를 의식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문재인 정부가 공공기관 성과연봉제 폐기 방침을 밝히는 등 ‘친노동’ 성향을 보이는 것과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다.

이용섭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이 23일 민주노총과 가진 정책간담회에서도 드러난다.

이 부위원장은 이날 서울 종로구 창성동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민주노총 간부들을 만났다. 민주노총이 오는 30일 사회적 총파업을 예고한 상황이지만, 노동계를 자극하지 않으려는 듯 이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정부의 일자리 공약을 비판한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에 반성하라고 질타했던 것과는 대조되는 모습이다. 이 부위원장은 다만, “정부 출범이 이제 2달밖에 안 됐고 첫 숟갈에 배부를 수 없다”며 “민주노총이 긴 호흡을 갖고 정부를 도와주면 국민통합과 지속적 발전을 견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노동계의 협조를 요청했다.

최종진 민주노총 위원장 직무대행은 오히려 일자리위를 압박했다. 최 대행은 “정부가 또다시 과거처럼 노사정위원회를 강행하거나 노동계의 동의 없이 사회적 대타협을 밀어붙인다면 노정관계는 파행으로 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일자리위 운영과 의제 설정, 회의 진행 방식, 전문위원회와 특별위원회 설치 등 운영세칙을 정하는 데 노동계와 긴밀하게 협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총파업 계획을 중단하겠다는 언급도 없었다.

공공부문 개혁 후퇴 기류가 강화되자 관련 부처들의 움직임도 분주해지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공공기관운영위원회를 열어 성과연봉제 미도입 기관에 대한 임금동결 등 벌칙을 없애고, 성과연봉제 도입 때 가점을 주던 경영평가 항목도 삭제했다. 또 노사 합의 없이 성과연봉제를 도입한 기관은 물론 노사가 합의한 기관도 노사 자율로 임금체계를 다시 결정할 수 있게 했다.

정진영 기자 news119@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