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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사진) 시인의 미공개 시화(詩畵) 컬래버레이션 작품이 은평역사한옥박물관에서 처음 공개된다. 국내 최초의 번역서로 알려진 ‘춘향전’의 영어 및 프랑스어판 원본도 처음 전시된다.

서울 은평구 진관동에 있는 은평역사한옥박물관이 오는 7월 12일부터 9월 17일까지 ‘세계가 취한 우리문학’전을 개최할 예정인 가운데 고 시인의 컬래버레이션 ‘패시네이션(Fascination)’과 ‘춘향전’의 영어판 ‘코리안 테일스(Korean Tales)’, 프랑스어판 ‘향기로운 봄(Le Printemps Parfume)’ 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패시네이션’은 해외 화가들이 고 시인의 번역 작품에 영감을 받아 손으로 직접 그린 시화집이다. 미국의 멜리사 마이어, 이탈리아의 엘레나 베리올로 등이 협업했다. 총 12벌만 제작해 그동안 고 시인이 보관해오다가 이번에 공개하게 됐다.

이와 함께 한국문학번역원 등에서 빌린 고 시인의 번역서 70여 종과 고 시인이 직접 그린 서예 작품도 전시된다.

전시 기획위원으로 참여한 장은수 문학평론가는 “고 시인의 번역시와 외국 화가들의 그림이 결합한 독특한 형식의 예술작품”이라며 “아직 공개된 적이 없는 것들로, 이는 한국문학 세계화의 증거라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코리안 테일스’는 미국의 의료선교사 호러스 알렌이 1889년 번역 출간했다. 춘향전·심청전·홍길동전 등 우리 고전과 설화가 포함돼 있다. ‘향기로운 봄’은 1892년 프랑스 유학 중이던 조선 시대 개화파 정치인 홍종우가 현지 작가인 J H 로니와 함께 번역한 것이다. 그네 타는 춘향의 파격적 자태가 눈에 띈다.

정지용이 조지훈에게 보낸 친필 편지도 나온다. 이 편지는 정지용의 유족이 보관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김응교 전시 기획위원장은 “한국 근현대 주요 작가의 미공개 작품과 번역서를 통해 문학 한류의 현황과 가능성을 한눈에 살펴보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인구 기자 clar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