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 감염인 네 명 중 한 명은 감염을 이유로 예약돼 있던 수술을 거부당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해 HIV 감염인 208명을 대상으로 ‘감염인(HIV/AIDS) 의료차별 실태조사’를 실시한 결과, HIV 감염인 응답자 93.0%가 ‘사회 전반적으로 차별이 많거나 있는 편’이라고 답변했다고 20일 밝혔다. 이 중 ‘의료기관 차별’을 경험한 이들은 79.0%로 조사됐다.

구체적으로 ‘치료·시술·입원 시 감염예방을 이유로 별도의 기구나 공간사용’ 형태의 차별을 경험했다는 응답자가 40.5%였고, ‘HIV 감염 사실 확인 후 약속된 수술 기피·거부’를 당한 경험이 있다는 응답자는 26.4%였다. ‘의료인의 동성애 등 성 정체성에 대한 혐오 발언이나 차별적 태도’를 경험한 응답자는 21.6%, ‘공식적인 협진 경로 이외의 의료인에게 감염 사실 누설’ 피해를 겪은 응답자는 21.5%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다른 질병으로 병원을 방문할 때 HIV 감염인임을 밝히기 어렵다는 응답도 76.2%로 집계됐다. 감염인 응답자 35.5%는 ‘치료를 위한 병원 방문이 불편해 대도시로 이사한다’고 답변하기도 했다. ‘타과 진료 시 차별을 겪었다’는 응답도 26.5%였다. 하지만 의료차별을 겪었을 때 도움을 요청한 이들은 29.9%에 불과한 것으로 나왔다.

다만 10년 전과 비교해 의료기관의 차별이 ‘대체로 또는 크게 개선됐다’는 답변이 43.9%로, ‘별 변화가 없다(37.1%)’보다 높아 차별이 조금씩 개선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연구진은 분석했다. 인권위는 이번 실태조사를 바탕으로 22일 서울 중구 인권위 인권교육센터에서 ‘감염인 의료차별 개선을 위한 정책토론회’를 개최한다.

김현아 기자 kimhah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