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 ‘사회적 총파업’을 앞세워 대대적인 집회·시위를 예고했다. 6월 28일~7월 8일을 총파업 주간으로 설정한 민노총은 30일 수만 명 규모의 집회를 가질 예정이라고 한다. 이처럼 민노총이 투쟁 체제에 돌입한 것은, 문재인 정부 출범 초부터 위력 과시를 통해 향후 진행될 노동 현안 논의에서 주도권을 선점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지난 대선에서 문 대통령 당선에 기여한 채권자로서 ‘우리를 어찌할 수 있겠느냐’는 자신감도 엿보인다.

문제는 이들의 주장이 일상적인 노동계 요구를 넘어 정치투쟁 성격을 띠고 있다는 점이다. 한상균 민노총 위원장은 19일 옥중서신을 통해 ‘물러설 수 없는 전쟁(戰爭)이 시작됐다’며 ‘칭기즈칸의 속도전’을 주문했다. 그가 꼽은 전쟁 대상이 ‘재벌·권력기관·기득권 집단’이다. 노동쟁의에 머물지 말고 사회변혁에 나서라는 주문이다. 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의 20일 서울 도심 집회에서 사회자는 “투쟁해서 현장의 주인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국교직원노조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등의 움직임도 예사롭지 않다. 오는 24일에는 민노총 등이 참여하는 사드 저지 시위도 예정돼 있다. 2015년 도심 폭력시위를 주도해 대법원 확정 판결(징역 3년)까지 받고 복역 중인 한 위원장이 버젓이 시위를 선동한 것도 법치국가에서 정상은 아니다.

기득권과의 전쟁을 선포한 민노총이 과연 그럴 자격이 있는지부터 의문이다. 대기업 노조가 주축인 민노총은 노동 현장에서 비정규직에 돌아가야 할 몫까지 챙겨가는 기득권 집단이기 때문이다. 민노총 금속연대가 20일 2500억 원을 일자리연대기금으로 내놓겠다고 했지만, 꼼수로 드러났다. 정치적 목적의 파업은 불법이다. 안하무인 공세를 방관하면 각종 시위대가 뒤를 이을 것이다. 문 정부는 공권력을 위협하고 사회변혁까지 외치는 세력과 선을 그을 자세가 돼 있는가. 국민은 이런 행태와 요구에 어떻게 대응하는지 지켜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