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사진 = 김호웅 기자 diverkim@munhwa.com

‘웜비어 쇼크’ 2년 北억류 악몽 캐네스 배 인터뷰

“세상을 경험하기 위해 길을 나섰던 젊은 미국인 청년 오토 웜비어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대한민국 정부가 북한에 억류 중인 한국인과 미국·캐나다 국적자 10명의 석방을 최우선 과제로 추진해 주길 간곡히 당부드립니다.”

735일이라는 최장기 억류 후 2014년 11월 북한에서 풀려났던 재미교포 캐네스 배(45·배준호·사진) 씨는 21일 문화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북한이 장래가 촉망되던 청년에게 15년 노동교화형을 선고하고 의식불명 상태에서 죽음을 맞도록 방치한 것은 잔학무도한 처사”라며 이같이 말했다. 탈북자 인권단체 서빙라이프 공동대표로 활동 중인 배 씨는 “미국과 캐나다 정부 등 국제사회가 웜비어의 죽음을 계기로 자국민 보호 차원에서 북한 억류자 석방에 힘을 쏟고 있다”며 “남북 대화 채널 구축도 중요하지만 억류자들의 석방과 신원 확보를 위해 국제 연대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북한에 있는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은 중요하다”며 “이번 기회에 끔찍한 환경과 강제노역을 견디는 2400만 북한 주민들이 기본적 인권을 누리도록 진보·보수 이념을 초월하고 국제사회가 북한 인권 문제에 한목소리를 내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배 씨는 “특별히 인도주의적인 차원에서, 대한민국 국적자 신분의 억류자들이 속히 돌아올 수 있도록 정부가 노력해주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문재인 대통령에게 당부했다.

그는 “한국인 억류자 중 선교사인 김정욱·김국기 씨와 최춘길 씨 모두 유인 납치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제가 억류됐을 당시 김정욱 선교사는 북한 내 지하교회를 보여주겠다는 말에 속아 도강했다가 간첩으로 붙잡혀 종신형을 살고 있고, 김국기 선교사도 중국에서 선교 사역 중 북한에 갔다가 종신형을 받았으며, 선교사가 아닌 최춘길 씨도 비슷한 사유로 억류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소개했다. 앞서 배 씨는 20일 오후 미국 언론에 보낸 성명을 통해 “북한에 억류된 김동철, 토니 김, 김학송 씨 등 3명의 미국인과 캐나다 국적의 임현수 목사 등을 많은 미국인이 기억해주기를 원한다”며 “미국 정부와 국제사회가 나서서 북한의 지도층이 기본적인 인간의 권리들을 가치 있게 여기도록 해달라”고 호소했다. 배 씨는 “저는 기독교인으로서 정의를 행하고 자비를 베풀어야 한다고 믿는다”며 “북한 땅에서 고통받고 있는 무고한 사람들이 잊히지 않기를 기도하며 그들이 국제 외교나 정치적인 협상의 도구로 사용되지 않기를 원한다”고 밝혔다.

그는 “고통받는 사람들을 위해 한목소리가 돼 주고 함께 기도해 동참해주길 부탁드린다”며 “이 일(웜비어 사건)은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었고 다시는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라고 호소했다.

정충신 기자 csju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