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 중단 압박’ 스모킹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월 제임스 코미 전 연방수사국(FBI) 국장에게 ‘러시아게이트’ 수사 중단을 요청한 적이 없다면서 증거라고 밝힌 대화 내용 녹음테이프의 존재 여부가 이번 주 중 밝혀진다.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은 20일 정례 브리핑에서 ‘지난 2월 코미 전 국장과의 대화 내용을 녹음한 테이프가 있느냐’는 기자 질문에 “대통령이 이에 관한 발표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주 중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녹음테이프는 트럼프 대통령과 코미 전 국장의 주장에 대한 진실 여부를 확인해줄 스모킹 건(결정적 증거)으로 평가되고 있다. 코미 전 국장은 지난 8일 상원 청문회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몇 차례 단독 면담에서 “러시아 관련 수사에서 손을 떼라”고 압박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월 9일 코미 전 국장을 전격 해임한 직후 트위터에서 “코미가 언론에 흘리기 전에 우리 대화를 녹음한 테이프가 없기를 희망하는 게 더 나았을 것”이라며 테이프의 존재를 암시했다. 이에 따라 상원 정보위는 백악관에 오는 23일까지 테이프 존재 여부를 확인해줄 것을 요청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목을 잡고 있는 ‘러시아게이트’는 테이프 존재 여부에 따라 향방이 크게 바뀔 것으로 보인다. 테이프에 담긴 내용이 코미 전 국장이 메모 등에서 주장한 대로 트럼프 대통령의 수사 중단 압박 발언을 담고 있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탄핵 사유가 될 수 있는 ‘사법방해’ 혐의를 받을 가능성이 있다.

반면에 트럼프 대통령이 ‘지시’가 아닌 ‘희망(hope)’이라는 표현을 쓰면서 직접적 수사 중단 요청을 하지 않은 것으로 판명되면 상황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유리하게 돌아가게 된다.

워싱턴=신보영 특파원 boyoung22@munhwa.com